[앵커]
올 초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한 28살 표예림 씨.
드라마 '더글로리'의 현실판 주인공이란 이름도 얻었지만 닷새 전 허망하게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박자은 기자와 사건을보다에서 짚어봅니다.
Q1. 고인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학폭 피해를 당했잖아요.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요.
닷새 전 고인의 사망 사실을 접하고 많은 분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표예림 씨가 12년간의 학폭 피해 사실을 세상에 폭로한 이후 국민들은 '5만 명' 청원 달성 등 많은 응원을 보내줬는데요.
표 씨는 학폭 가해자의 공소시효를 없애달라는 취지의 법안 발의에 기여하는 등 공익 활동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궁금해하시는 분 많으실 텐데요.
표 씨는 심각한 스토킹 2차 가해 피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숨지기 직전 올린 영상에선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고 표예림 씨 (지난 10일)]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오늘 좀 날씨 좋은 듯. 이제 힘 안 낼래요 그냥. 쇼 그만 하라고요? 네 이제 쇼 그만할게요. 이렇게 나는 증거물을 추출할게요."
Q2. 학폭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텐데 스토킹이라니요?
표 씨는 숨지기 직전 "죽음으로 학폭 피해가 사실임을 증명하겠다"고 말해 의문점을 남겼는데요.
가해자로 지목된 유튜버 A 씨는 지난 여름 표 씨에게 학폭 피해 연대 활동을 돕겠다며 먼저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후 '국회의원을 만나게 해주겠다', '활동 사무실을 제공하겠다' 고 제안했지만 실제 이뤄진 건 없었다고 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A씨의 성범죄 전력도 표 씨가 알게 됐습니다.
표 씨가 연대 거부 의사를 밝혔고, A 씨 개인 활동에 자신을 이용하지 말라 했지만 A 씨가 계속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학폭 피해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도 A 씨가 온라인상 집단괴롭힘 일명 '사이버불링'을 이어가자, 표 씨는 지난 7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요.
하지만 A 씨도 표예림 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맞고소했고 이런 상황에서 표 씨가 숨진 겁니다.
A 씨 측은 "표 씨가 위기감을 느끼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우리는 피해를 봤지 잘못한 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3. 표예림 씨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보복도 논란이 되고 있죠?
지난 4월 한 차례 제3자의 SNS 계정이나 익명의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표예림 씨 학폭 가해자 4명의 신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는데요.
표 씨가 숨지자 이런 자료들이 다시 2차, 3차 공급되며 사적 보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해자 중 일부는 일하던 회사에서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사적 보복이 허용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장윤미 / 변호사]
"가해자들의 인적사항, 직장 주소 등등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공개를 한다든가 하면 이 부분이 또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선 피해자의 사적 응징이 가능했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것,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Q4. 그래도 예림 씨가 남긴 과제는 수행해야죠.
그렇습니다.
지난달 발의된 '학폭방지법' 개정안은 표 씨가 숨진 뒤 법사위에서 신속 심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가해자들이 상해, 폭행, 감금 등을 했을 때 적용되는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이 된 이후부터 진행되게 해달라는 게 골자인데요.
사실상 학폭 공소시효를 없애달라는 취지죠.
표 씨는 또 가해자들에게 유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자고 주장했는데요.
과거 몇 차례 입법이 무산된 만큼 논의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을보다였습니다.
박자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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