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위급한 순간에 병원을 찾지 못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하던 8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호흡 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린 뒤, 길 위에서 2시간을 헤매던 사이 산소통이 바닥나기까지 했습니다.
김용성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팡이를 짚고 집을 나선 80대 김모 씨.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지 3시간여 만에 갑자기 의식을 잃었습니다.
[고 김모 씨 아들]
"갑자기 호흡이 안 좋으시더라고요. 숨을 헐떡헐떡거리면서 막 그러시더라고요."
신고 10분 만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체온이 42도에 육박할 정도로 이상 고열증상을 보이자 위중한 상태로 판단했습니다.
응급조치 후 A 병원에 환자 이송 여부를 타진했지만,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급한대로 55km 떨어진 B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응급실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차선책은 원주에 있는 C병원, 일단 전화연결을 시도하며 내달렸지만, 오후 4시 40분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입구에서 구급차를 세워야 했습니다.
병상이 없다고 통보 받은 겁니다.
구급차는 이곳 강릉나들목 앞에서 32분간 병원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아예 연락이 안 되거나 CT 촬영이 안 된다, 중환자실이 없다는 등의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결국 길 위에서 병원 7곳에 거부를 하는 동안 2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환자 체온이 이렇게 높은 환자는 저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빨리 이송하려고 노력했는데 병원에서 거부하니까…많이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구급차에 있던 산소도 거의 떨어져 가는 상황, 가까스로 처음 연락했던 A 병원에 도착했지만, 김 씨는 오후 6시 28분 끝내 숨졌습니다.
[고 김모 씨 아들]
"응급실 뺑뺑이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런 케이스가 우리한테도 현실로 닥치는구나…"
유족들은 의료강국 한국에서 응급환자 1명 수용할 수 없는게 현실이냐고 호소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용성입니다.
영상취재: 이호영
영상편집: 이혜리
자료제공: 최혜영 국회의원실
김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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