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단순 판사의 정치 성향이 아니라 재판 공정성 문제로까지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법조팀 손인해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법원 기류가 좀 바뀐 것 같아요?
네, 정치권에선 박병곤 판사 학생때 글을 문제 삼자 그동안 법원은 임용 전에 쓴 글이라며 일축해 왔습니다.
"게시글 작성 시기를 고려하면 판사의 가치관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 채널A가 현직 신분으로 쓴 글을 보도하자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상급기관인 대법원이 직접 나서 "법관 임용 후 SNS사용에 관해 사실관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힌 겁니다.
대법원엔 판사 비위를 따지는 윤리감사관실이 있습니다.
작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 패배 이후 올린 '울분, 절망, 슬픔' 이나 서울시장 재보궐 등 선거 관련 게시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입니다.
Q. 대법원 조사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대법원에선 박 판사를 직접 불러 글 쓴 경위나 이유 등 입장을 들어야하는데요.
그런데 박 판사가 어제 휴가를 내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게시글부터 확인해야 하지만, 박 판사가 이미 삭제해 내용 파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Q. 글을 삭제한 건 본인도 문제를 의식한 건가요?
그렇게 의심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수원지법에 있던 박 판사는 지난 2월에 서울중앙지법으로 인사가 나 형사단독 재판부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3월엔 페이스북 게시물을, 4월엔 얼굴 사진과 출신 학교가 나와 있는 법조인대관 인물정보까지 삭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엔 정치인 사건을 포함해 중요 사건이 많은 만큼, SNS 게시물이 문제될 거라 예상했던 걸로 보입니다.
Q. 과거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면서요?
2015년에 수원지법 한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절차가 착수된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비하 혐의 피의자가 구속되자 "모욕죄 수사로 구속된 세계 최초 사례"라고 옹호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며 포털 사이트에 익명으로 댓글 수천 개를 단 겁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곧바로 사직해 징계는 피했습니다.
Q. 법원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품위를 훼손한 사유로 징계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불공정 문제 제기는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재임용이 어려워 보인다"며 "이런 판사에게 형사단독재판 맡긴 자체가 잘못"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또 "박 판사 스스로 정치인 재판을 회피했어야 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판사 개인의 정치 성향을 넘어 재판 공정성 문제로 확대되고 있어 한동안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아는 기자였습니다.
손인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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