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는기자, 아자 정치부 이동은 기자 나왔습니다.
Q. 이동은 기자, 일단 궁금한 게 선관위는 다른 조사는 다 받겠다면서도 감사원 감사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이유가 뭐예요?
표면적으로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수 없지 않냐는 것인데요.
속내는 이번에 감사원 직무감찰의 물꼬틀 트면 앞으로 건건이 감사를 받게 될 거라는 위기감이 담겨 있습니다.
작년에도 소쿠리 사전투표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선관위가 극렬 반발해 막았었죠.
감사원 직무 감찰을 허용하면 공직선거법을 포함해 선관위의 고유 업무에도 감사원 개입 여지가 생긴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입니다.
아무리 여론이 안 좋더라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게 선관위 분위기입니다.
Q. 국회 국정조사, 권익위 조사, 경찰 수사는 받겠다면서요? 감사원 감사랑 뭐가 다릅니까?
조사와 감사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요.
권익위 조사는 그야말로 선관위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알아보는 겁니다.
국회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만 조사를 할 수 있죠.
범위가 제한돼 있죠.
경찰 수사는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4명에 한정되고요.
반면 감사원은 앞서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했죠.
기관을 통째로 볼 수 있는 거죠.
게다가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강제성도 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감사 방해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Q. 법적으로 보면 누구 말이 맞는 거예요?
선관위는 헌법을 내세웁니다.
헌법 97조, 감사원은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한다고 돼있는데, 선관위는 "우리는 행정기관이 아니고 독립적 헌법기관이니 맞지 않다"는 거죠.
반면 감사원은 감사법원 24조 3항을 들고 나왔습니다.
직무감찰 예외로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를 두고 있는데 선관위는 없다는 거죠.
1995년 감사원법 개정 당시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때까지 예외는 국회와 법원 뿐이었는데, 법 개정 과정에 선관위와 헌법재판소를 넣을지 국회에서 논의한 끝에 헌재만 들어간 사실이 있는데요.
당시에 선관위를 감사 대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얘기입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선관위 사무가 독립적이지 조직운영까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민 정서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Q. 감사원은 전에도 선관위 직무 감찰을 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요?
2016년과 2019년 감사원이 직급별 정원 초과, 서류전형 업무 부당 처리 등으로 선관위 감사를 한 적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감사원은 이 전례를 들며 회계 검사 뿐 아니라 직무 감찰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선관위는 당시 회계 검사를 진행하다가 확장됐을 뿐이지 처음부터 인사 문제로 감사를 한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Q.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인사 감사는 선관위 스스로만 할 수 있다는 건데, 지금 보십쇼. 아빠 찬스 이것도 문제가 터지니까 뒤늦게 특별감사에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인사 감사는 스스로에게 맡겨도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선관위 직원들로 구성된 자체 감사과에서 감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직원 근무 관할지 내에서 자녀를 채용하는 사례까지 있었는데, 자체 감사에서 이런 사례를 하나도 거르지 못했죠.
국민의힘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선관위는 외부전문가를 위원으로 선임해 독립적인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면서도 외부 감사는 안된다고 고수하고 있습니다.
Q. 어쨌든 선관위는 못 받겠다, 감사원은 감사 하겠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감사원은 선관위가 자료제출 거부 등 감사 방해를 하면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원이 고발을 하더라도 못 받는다, 여기서 달라지진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에 어느쪽 얘기가 맞는지 권한쟁의심판으로 갈 수도 있는데요.
다만 선관위는 여론이 안 좋은 만큼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Q. 마침 오늘 권익위 감사 결과도 나왔는데, 그건 또 감사원이 10개월이나 했는데 전현희 위원장 책임은 묻지 못했어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주도한 감사였는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죠.
마치 감사원과 여당이 한 편, 선관위와 권익위, 야당이 같은 편인 모양새가 됐습니다.
전현직 정권 인사들이 뒤섞이면서 기관간, 그리고 기관 내부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행정기관을 감찰하는 감사원, 독립적으로 선거 관리를 하는 선관위, 부패방지를 위한 권익위, 어느 기관보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정파적인 구도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이동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