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이 요즘처럼 추울 땐 뜨끈한 라면 국물이 생각나죠.
그런데 이 라면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태백산 국립공원인데요.
최근 산에서 불을 피워 라면을 끓여 먹고 술을 마시는 등 불법행태를 일삼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강경모 기자가 그 단속 현장에 동행했습니다.
[기자]
국내 대표 겨울철 산행지인 태백산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선 몰래 취사 도구를 가져와 라면을 끓여 먹는 등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는데요.
등산로 입구엔 불법행위를 단속한다는 현수막도 걸려 있습니다.
과연 분위기는 어떨까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태백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국립공원 단속반이 등산객들이 모여 있는 곳을 덮칩니다.
코펠엔 라면 국물이 끓고 있고, 맥주캔도 보입니다.
[현장음]
"선생님들 지금 취사하고 계시고 인화물질 소지하고 계시고 음주하고 계시죠.(술은 아직 안 먹었어요.)"
불법취사를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됩니다.
어떻게든 피하려 변명하기 급급합니다.
[현장음]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죄송해요.)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에이 한 번만 봐줘요. 에이, 너무 너무 추워서 그래요.)"
사정을 해도 통하지 않자 태도가 돌변합니다.
[현장음]
"(라면 물을 어떻게 버려. 이거 과태료 끊으면 먹어야 돼. 과태료 끊으면 먹어야 된다고.) 치우셔야죠."
역시 라면을 먹으려다 적발된 또다른 등산객들,
코펠에 버너까지 주섬주섬 꺼내놨지만 가스불을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은 면했습니다.
[등산객]
"이런 데에서 (취사가 불법인지) 몰랐는데 하도 춥고 그러니까 그랬었는데, 아예 시작을 안 했어."
막걸리를 마시던 등산객도 적발됐습니다.
원래대로라면 과태료 10만 원이지만 계도로 넘겼습니다.
[현장음]
"정말 모르고 그랬습니다. 태백산이 국립공원인 걸 알고 왔는데, 제가 막걸리 한 잔 먹은 게 큰 범법행위를 한 겁니까."
등산객들은 추위를 피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이렇게 비닐 막을 쳐 놓는데요.
불법취사의 단속 대상이 됩니다.
[현장음]
"국립공원 사법경찰입니다. 확인 좀 하겠습니다. 취사나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죠. (네. 비닐 찢어져요.)"
단속반이 어제 하루 적발한 건수는 8건.
모두 라면을 끓여먹거나 술을 마시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하루 수천 명 탐방객이 눈꽃산행을 위해 찾는 태백산.
라면 끓여먹기 같은 불법취사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병폐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춤하는가 싶더니 등산객이 늘면서 불법행위는 다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겨울 태백산에서 불법행위를 하다 과태료 부과된 건수는 65건, 전년보다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중 라면을 끓여먹는 불법 취사는 8배나 늘었습니다.
[김상희 /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 자원보전과장]
"특별단속팀을 편성해서 안전사고 예방 및 무질서 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인식해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일부 등산객들의 삐뚤어진 생각에 태백산은 여전히 라면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입니다.
현장카메라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 김민석
영상편집 : 이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