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임시국회 열었지만 본회의 '0'…설 이후 정국은
[앵커]
1월 임시국회 공전 속에 정치권도 설 연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연휴 이후에도 개점휴업 우려가 여전한데요.
사법리스크 등을 둘러싼 대립에 더해, 여야 모두 복잡한 속내도 얽혀 있습니다.
어떤 사정인지, 최지숙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 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1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소집 요구로 지난 9일, 숨 돌릴 틈 없이 1월 임시국회가 시작됐습니다.
민생 현안 처리가 그 이유였죠.
기간은 한 달, 벌써 2주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설 연휴 전까지 정작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하면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해가 바뀐 뒤 다수 국무위원과 여야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일정 동행, 또 의원 외교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 순방에 나섰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도 빈자리가 눈에 띄었는데요.
지난 17일, 현안 점검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윤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외교부와 통일부 수장 대신 차관들이 자리했습니다.
회의는 그마저 겉돌았는데, 북한 무인기 침범 사태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치밀한 점검보다, 아랍에미리트 순방 도중 윤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설전만 이어졌습니다.
"UAE는 안보적으로 불안하니까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갖다 쓰는 것 아니에요. 왜,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그런 거 아니에요."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불안해하세요. 이번 순방에서도 또 대통령께서 어김없이 사고를 치셨어요."
법안들이 본회의 상정으로 가는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반쪽'으로 진행됐습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놓고 민주당의 본회의 직회부 카드에 맞서, 국민의힘은 법안심사 제2소위 회부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양곡관리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법사위원장으로서 이것이 그대로 민주당 단독으로 본회의까지 통과돼선 안 되겠다…"
"양곡관리법이 토론되고 있는 데 대해 저로선, 당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고요 본회의 부의 절차를 밟으면 되는 문제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항의하며 퇴장했습니다.
명절 연휴를 앞두고, 다수 의원들의 시선은 지역구에 쏠리기도 했는데요.
지역 일정을 챙기며 눈도장 찍기에 바쁜 의원들 사이에선 '왜 명절 전 임시국회를 열었느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와 안전운임제를 비롯한 '일몰법' 등 민생 법안은 산적한데, 연휴가 지나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가속화하며 정치권의 공방에도 불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
민주당 현역의원 수십명도 동행해 이 대표를 엄호했습니다.
"소환조사는 정치 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여당과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으로 규정한 야당. 공방은 가열됐습니다.
"제1당의 위세와 힘으로 수사를 막거나 저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법의 문제이고 팩트의 문제이지 다수가 위세를 부려 막을 일이 아닙니다."
"제1야당 현직 대표를 검찰로 소환한 정권은 우리 헌정사에서 처음입니다. 독일 나치와 조선총독부가 국민을 겁박할 때 내세운 것도 법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대장동 의혹 사건으로도 이 대표에게 재차 소환을 통보하며, 전운은 더욱 짙어진 상태입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습니다. 주중에는 일을 해야 하니까 27일 아니고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습니다."
결국 연휴 뒤 이 대표의 검찰 출석과 이후 수사 전개 과정에 따라 대립은 더 첨예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공전에는 여야의 복잡한 집안 사정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3월 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자 간 경쟁과 신경전이 달아오른 상태입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대표 자리.
국민의힘은 앞서 이번 전당대회의 경선 룰을 일반 여론조사 없이 '당원 투표 100%'로 변경했는데, 이를 계기로 당심 구애 경쟁이 전에 없이 치열해졌습니다.
애초 1월 임시회를 '이재명 방탄국회'로 규정하고 소집 자체에 반대한 데다 전당대회 국면에 돌입하면서, 고스란히 원내 상황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민주당의 경우도 지도부는 단일대오를 강조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고리로 '비명계'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정책 포럼 '사의재'가 출범하기도 했는데요.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 탓에 계파 갈등 재연 우려도 일부 제기됐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사실상 정책 행보보다 생존 경쟁이 화두가 된 모양새입니다.
일의 우선 순위를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아이젠하워 매트릭스'가 있습니다.
한정적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주어진 일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는 방식인데요.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이 중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렸다고 합니다.
발등의 불을 끄기 분주한 여야가 잠시 숨을 고르고,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의 풍향계'를 먼저 살펴야 할 필요성이 여기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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