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쉬운 판결문'…변화 첫걸음
[앵커]
소송에서 졌는데 판결문까지 어려운 말로 가득하다면 답답하겠죠.
장애까지 있어 이해가 더 어렵다면 법원이 원망스럽기도 할 텐데요.
최근 장애인을 배려한 쉬운 판결문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착은 쉽지 않겠지만, 긍정적 출발이라는 평가입니다.
신선재 기자입니다.
[기자]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판결 주문에선 보기 드문 표현입니다.
존댓말로 쓰였을뿐 아니라, 평등이 무엇인지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그림도 들어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이 중증 청각장애를 앓는 원고를 위해 짧은 문장과 삽화를 넣어 쉽게 쓴 이른바 '이지 리드' 방식의 판결문으로, 법원 첫 시도입니다.
재판부는 "원고의 요청과 장애인권리협약, UN의 권고의견에 의해 엄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쉽게 판결이유를 쓰도록 노력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원고 측이 '쉬운 판결문을 써 달라'고 재판부에 탄원서를 낸 데 따른 겁니다.
아쉬움은 남지만, 원고 측은 이번 판결문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재판부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이 좀 들었습니다…그림을 통해서 저희가 주장했던 평등의 원칙을 설명한 부분이 특히 와 닿았습니다."
판결문을 계기로 소송 당사자와의 소통 방법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법조계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사자랑 직접 뭔가 소통하고 더 이해시키려고 했던 노력이 저 스스로도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전부터 일부 판사는 존댓말로 판결문을 쓰거나, 한자나 일본식 어투를 우리말로 풀어쓰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재단은 지난 달 펴낸 민사·형사판결서 작성론 책자에 별도 항목을 할애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쉽고 정확한 표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착은 쉽지 않겠지만, 이번처럼 법원 안팎의 노력이 더해지면 풍토가 바뀔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신선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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