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5월 50대 여성이 산책 중에 맹견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이 개 주인을 찾았지만 자기 개가 아니라며 발뺌해왔는데요.
이틀 전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회1부 정현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1년 반이나 지난 사고지만 참혹한 사고였어요.
[기자]
피해 여성을 공격한 사고견은 25kg쯤 나가는 대형견이었는데요.
목줄도 입마개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근처에서 불법 개농장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박모 씨를 개 주인으로 의심했는데요.
박 씨는 자기 개가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박모 씨 / 견주 (지난해 7월)]
"(사고견 견주 맞으세요? 증거인멸 왜 하신 건가요?) … (안에서 혐의 인정하셨나요? 유족한테 한 말씀만 해주세요.) …"
Q. 이 사람이 개 주인인 건 어떻게 증명한 건가요?
경찰은 사고견과 개 주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대면시켜 마치 대질신문처럼 개의 반응을 살펴보는 조사도 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실시한 친밀도 조사인데요.
사고견이 박 씨를 주인처럼 따랐지만 박 씨는 이 개가 자신의 개농장에 왔을 때 가끔 밥을 줬기 때문에 보인 반응이라고 항변했습니다.
Q. 법원이 박 씨를 견주로 판단한 결정적 근거는 뭐였나요?
A. 사고견은 유기견이었는데 지난 2020년 남양주 유기견보호소에서 찍은 사진이 남아있었습니다.
보호소에서 이 개에 대한 입양 공고를 낼 때 첨부한 사진이었는데요.
경찰이 전문가에게 사고견과 이 사진을 비교해 달라고 의뢰했더니 머리 형태와 수염 돌기 개수, 수염의 패턴 등에서
같은 개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구요.
또 지난 2020년 공범 이모 씨가 유기견보호소에서 개 73마리를 데려와 박 씨에게 줬는데요.
이때 사고견도 보호소에서 박 씨 개농장으로 옮겨진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Q. 박 씨는 자기가 주인이란 증거를 없애려 했다고요?
A. 네, 박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씨에게 차량 블랙박스를 떼서 버리라고 했는데요.
자신의 개농장에 이 씨가 사고견을 데려올 때 찍힌 영상을 없애려 한 겁니다.
박 씨는 새 블랙박스를 사라며 이 씨에게 신용카드를 줬다가 기록이 남을 걸 우려해 카드 대신 현금을 건넸는데요.
이런 행위가 CCTV 카메라에 찍혀 발목을 잡혔습니다.
공범 이 씨도 법정에서 진실을 털어놨습니다.
개가 자꾸 물려고 해서 목줄을 못 묶었다는 말을 박 씨에게 들었다고도 했는데요.
박 씨의 과실이 개물림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Q. 유죄 판결이 났지만 사람이 목숨을 잃었잖아요. 징역 1년은 가볍지 않나 하는 여론도 있는데요.
A. 1심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증거인멸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로 봤는데요.
사고를 고의로 낸 게 아니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이 선고됐습니다.
앞서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요.
유족들은 형이 너무 가볍다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유족]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이거는 정말로 너무 원통하고 진짜 항소심 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유족들은 검찰 측에 항소를 요청하고 개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겠단 계획입니다.
한편 사고견은 지금도 사설 보호소에서 계속 돌보고 있습니다.
Q. 어떻게 해도 돌아가신 분을 되살릴 수는 없으니 유족들의 상처가 쉽게 아물 것 같지는 않네요. 사건을 보다였습니다.
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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