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작업자들이 일터에 나가기 전 챙겨뒀던, 이 평범한 커피믹스 서른 봉지가 귀한 생명을 둘이나 지켜줬습니다.
생존자들은 지하수를 받아 마시고 괭이로 막힌 암반을 뚫어가며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절망이 다가올 땐 멀리 들리는 발파 소리가 희망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홍진우 기자입니다.
[기자]
병원으로 이송된 60대 작업반장 박모 씨와 50대 작업자 박모 씨.
저체온증과 근육통을 호소했지만 큰 이상은 없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컴컴한 곳에서 오랜 기간 있었던 만큼 시력 회복을 위해 안대를 차고 일반병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구조된 작업자들의 건강 회복 속도가 빨라 이르면 사나흘 안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작업 때 챙겨간 커피믹스 30봉지였습니다.
사흘 뒤 커피믹스가 떨어지자 떨어지는 지하수를 마시며 버텼습니다.
[방종효/ 주치의]
"(커피믹스가) 견디는데 많이 도움이 된거 같아요. 며칠만 더 늦어지면 상당히 목숨을 유지하지 어려운 상태였는데."
탈출로를 찾아 헤매다 괭이를 들고 10미터 가량 탈출로를 파내는가 하면, 가지고 있던 화약으로 발파도 시도하며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체력이 떨어지고 이제는 포기할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귓가에 울리는 발파 소리에 다시금 힘을 냈습니다.
[박근형 / 60대 박모 씨 아들]
"힘들 것 같다. 포기해야겠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해요. 그러고 나서 이제 구조가 돼서 '이제 우리 살았구나' 이렇게 외쳤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습니다.
[60대 박모 씨]
"국내에도 아주 큰 대형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제가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
채널A 뉴스 홍진우입니다.
영상취재: 김덕룡
영상편집: 강민
홍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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