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업계 1위를 지켜온 농심이 원자잿값 상승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2분기에 24년 만에 영업 적자를 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라면 업계에 판도가 바뀌기 시작하는 건 아닌지 관심이 쏠립니다.
윤해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국인의 매운맛' 라면이 처음 등장한 건 1963년으로, 원조는 삼양라면입니다.
농심은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삼양식품을 따라잡기 시작했습니다.
1989년 삼양식품이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 이후 농심은 업계 1위 자리를 굳혔습니다.
삼양식품은 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농심을 추격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중윤 /삼양식품 선대회장 : 점원이 당시 5,500명 됐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서 공장을 3개월 쉬었어요. 종업원도 3분의 1이 다 그만뒀고….]
올해 또다시 라면 업계 지각 변동이 일었습니다.
신라면을 앞세워 30년 넘게 선두를 지킨 농심은 주춤했고,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은 삼양식품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농심의 2분기 매출액은 7,56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 증가했지만, 영업 이익은 24년 만에 적자를 냈습니다.
농심 측은 팜유 등 원부자잿값과 물류비 상승 여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삼양식품 매출액은 2,55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3% 늘었고, 영업 이익은 역대 최대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불닭볶음면 매출액이 6년 만에 4배로 뛰면서 매출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한세혁 / 삼양 해외지원 부문장 : 2015년부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펼쳐왔는데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해외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불닭볶음면 영향도 컸습니다.]
라면의 주요 소비층인 젊은 세대의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을 빠르게 내놓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허경옥 /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 : 라면 업계도 전형적으로 20∼30년간 인기 있던 제품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많이 하는 거 아닌가….]
국내 라면 시장은 이미 포화에 가까운 상황.
해외 판로 개척 등 사업을 확장하고 몸집을 불려가기 위한 라면 업계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윤해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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