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하룻동안 스물 세 명을 한꺼번에 사형집행하고는 25년 가까이 한 명도 사형 시키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사형이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폐지돼야 한다는 게 국가인권위 입장이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어디서 그 억울함을 풀어야 하느냐, 항변도 나오지요.
연쇄살인마 권재찬이 최근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엄마는 죽고 살인자는 살아있다는 게 몸서리쳐진다는 딸의 절절한 호소를 다시간다에서 들어봤습니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사내용]
딸은 요즘도 휴대전화 속 엄마의 영상을 종종 돌려봅니다.
2년 전 엄마와의 제주도 여행.
[현장음]
"맛있나요? (맛있어요.)
표정으로 표현해봐. (행복해요.)"
엄마는 지난해 12월 연쇄살인범 권재찬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피해자 딸]
"가장 가까운 제 편이 없어졌으니까. 많이 힘들고. 이렇게 빨리 엄마가 제 옆에 없을 거라는 걸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권재찬은 숨진 여성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숨겨놓고 피해자 카드로 수백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목격자]
"주차되어 있는 차량 안에 시신이 그렇게 들어있었다는 게 좀 놀랐고. 섬뜩하기도 하고."
권재찬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권재찬이 공범을 살해한 야산입니다. 권재찬은 앞서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감추는 걸 돕고 있던 공범에게 둔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습니다.
이틀간 두 명을 살해한 권재찬에게 1심 재판부는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며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닷새 뒤 권재찬은 항소했습니다.
1심 판결 직후반성문도 냈습니다.
[피해자 딸]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어요. 반성문을 왜 판사님한테 제출해요? 유가족에게는 반성한다는 얘기도 없고."
딸 친구를 살해하고 1심에서 사형을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처럼 감형을 노린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권재찬은 2003년 강도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감형을 받아 15년만 복역하고 2018년 출소했습니다.
사형이 확정돼도 집행 가능성은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한 적 없는 사실상의 사형 폐지국.
사형을 선고받고도 감옥에서 복역하다 숨진 사형수도 12명이나 됩니다.
일부에선 감형 가능성을 없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대안으로 언급합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이 사망하기 전까지 행동에 대한 속죄를 같이 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형제가 필요하다는 입장
법무부는 오는 14일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존폐 공개변론을 앞두고
"사형은 야만적 복수가 아니라"며, "인간의 생존본능 등을 고려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은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헌재는 과거 두 차례의 헌법소원에서 두 번 모두 사형제를 합헌이라고 봤지만, 위헌이라고 주장한 소수 의견은 늘어났습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권재찬의 운명도 뒤바뀔 수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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