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는 기자, 아자 시작합니다.
경제산업부 조현선 기자 나왔습니다.
[질문1] 조 기자, 4개 기업의 투자금이 자그마치 약 600조 원에 달하는데 엄청난 규모죠?
이게 3년, 5년 단위 총투자 액수를 다 합친거예요.
어느 정도냐, 올해 우리나라 전체 예산 607조 원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삼성만 450조 원인데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짓는 걸로 계산해보죠.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전자 평택공장입니다.
반도체 생산 라인 1개 짓는데 30조 원 정도가 들어요.
지금 세 개 라인을 짓는데 이미 100조 원 넘게 들어갔고 앞으로 라인 세 개를 더 지을 계획입니다.
여기다 EUV라 부르는 노광장비 1대 가격만 자그마치 5천억 원이 넘어요.
아무나 할 수 없는 투자인데 그런 만큼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부어 기술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의중이 깔린 겁니다.
[질문2]미래 먹거리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봐야 할 텐데, 핵심이 뭔가요?
우리 기업들이 꼽은 미래 먹거리는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입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우리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거나 모두가 이제 막 걸음마 뗀 분야인데요.
경쟁은 살 떨릴 만큼 치열한데 선도 기업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기술 격차도 크지 않아 승부를 걸 만한거죠.
치킨 게임에서 치고 나가는 순간 고구마 줄기를 뽑으면 우르르 나오듯이 파생 시장까지 단숨에 선점할 수 있는건데요.
그래서 현대차는 물론 유통기업인 롯데, 방산 기업인 한화가 도심항공과 모빌리티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겁니다.
[질문3]그런데, 얼마 전만 해도 투자 발표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였는데 오늘 보니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산업 체질이 바뀐 겁니다.
예전에 한국의 전략은 1등을 모방하는 카피캣이나 패스트팔로우였어요.
세계 일류 기업이 내놓은 1등 제품을 빨리 따라 해 더 좋은 품질로 파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자원, 거대한 소비 시장이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투자한 겁니다.
그런데 이젠 우리 기업은 세계 최초, 초일류 고부가 가치 제품에 도전하는 상황이고요.
고급 인력과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국내나 미국으로 투자처가 바뀐거죠.
최근 코로나 봉쇄나 공급망 재편에서 보듯이요.
수백조 원을 들인 값비싼 장비와 공장이 언제든 멈출 수 있다는 '차이나 리스크'도 이런 변화에 한 몫 했습니다.
[질문4]기업 4곳이 동시에 투자 계획을 냈어요. 오늘인 이유가 있습니까?
기업들끼리 사전에 약속한 건 아닌데 타이밍이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주 한미 정상회담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영향도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말이 '안미경중'에서 '안미경세'로 바뀌었다인데요.
이제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간다는 뜻이죠.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 아래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줄타기해 왔는데 여기서 벗어난 겁니다.
물론 중국은 여전히 1위 교역 국가이자 세계 최대 시장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이나 미국서 만든 첨단 일류 제품, 중국이 안 살 수도 없고 나아가 전 세계에 다 팔 수 있단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경제산업부 조현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