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가 도로 한가운데 젊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습니다.
인근 빌라 7층, 부동산 분양사무소에서 일했다는 이 남성.
처음엔 경찰도 단순사고, 혹은 극단적 선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성의 머리는 삭발 상태였고, 온몸엔 멍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합숙소를 탈출하려다 7층에서 추락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왜 목숨을 걸고까지 뛰어내려야만 했던 걸까요?
Q1. 중태였다가 얼마 전 의식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왜 탈출을 하려고 했던 겁니까?
계속된 가혹행위 때문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이 추락한 건 지난 9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빌라 7층에서였습니다.
이곳엔 부동산 분양사무소가 있었고, 이 남성은 분양사무소 팀장을 비롯한 직원 7명과 함께 합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의 감금과 폭행이 계속되자 탈출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변을 당한 겁니다.
Q2. 언제부터, 얼마나 맞았던 거예요?
추락 당시 목격자의 얘기부터 들어봐야겠습니다.
[목격자]
"다 뒤집어 갖고 봤거든. 여기(허리)부터 막 멍자국이 말도 못해. 떨어지고 말고 얘는 맞은 애야."
남성이 처음 분양사무소에 들어간 건 지난해 9월입니다.
"가출한 사람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SNS 구인광고를 보고 이곳을 찾았다는데, 전단지 배포와 사무소 잡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2주 만에 "일이 힘들다"며 도망을 나왔다가, 지난 4일 직원들에게 붙잡히면서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Q3.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목숨을 담보로 7층에서 뛰어내렸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데요?
반려견용 이발기구로 머리를 삭발하고, 영하 6도의 날씨에 반팔차림인 남성을 베란다에 세워둔 채 찬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흘 뒤, 다시 도망쳤다 실패한 뒤엔 가혹행위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는데, 온몸을 테이프로 묶어 감금하고, 둔기로 무차별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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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인근 주민]
"(그 집이) 제일 시끄럽죠. 그것도 많이. 항상 들리니까 밤마다. 새벽마다 시끄럽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데 때려 부수고 이런 게 엄청나게 심했나봐요."
이들은 경찰에서 "남성이 말도 없이 도망가서 화가 났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때린 것"이라고 진술했다는데, 분양사무소 팀장 등 직원 4명은 구속돼서 검찰로 넘겨졌고, 팀장 아내를 비롯한 나머지 직원 3명도 추가로 입건됐습니다.
Q4. 답답한 게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면 될 걸 왜 당하고만 있었다는 겁니까?
남성은 10대 후반에 가출을 했고, 분양사무소에 들어가기 얼마 전엔 절도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가혹행위를 해도 남성이 쉽사리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했던 겁니다.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선 범행에 사용된 테이프와 목검, 고무호스 등이 발견됐는데 특히나 이들에게 남성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는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Q5. 폭행 정도로만 봐도 일반인의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메모까지 남겼다는 거예요?
남성의 이름이 적혀진 메모엔 1월 4일 검거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잡일과 함께 '인간노예화'를 시키겠다는 내용을 적어놨습니다.
경찰은 이 메모가 남성이 처음 도망갔다가 붙잡힌 지난 4일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최근 의식을 회복한 뒤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남성은 "1월 4일 직원들에게 붙잡혀온 날부터 추락사고 직전까지, 다시 도망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수도없이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이 남성 한명 뿐입니다만,
경찰은 이들의 잔인한 수법으로 미뤄봤을 때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추가범행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노예화'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요.
의식은 회복됐다고 하지만, 피해 남성은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할 겁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