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향계] 기본주택·원가주택…같은 듯 다른 여야 '공급 경연'
[앵커]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점을 꼽으라면 '부동산 정책'을 꼽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만큼 여야 대권주자들은 앞다퉈 부동산 해법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번 주 대선 풍향계에선 공급 정책을 위주로 대권주자들의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대선경선 후보 6명을 한 사람씩 초청해 연 토론회에선 공통질문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잘한 것과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잘한 것에 대한 판단은 달랐지만, 못한 것에 대해선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같은 얘길 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많은 상승이 국민들께 상실감을 드린 것…"
"부동산 투기를 너무 당연시하는 풍조를 제때제때 막지 못한 잘못도…"
민주당 주자들, 공급은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투기 수요 억제에 주력하다가 실패를 겪은 문재인 정부를 반면 교사로 삼았습니다.
공공 주도의 공급 물량 확대를 앞다퉈 강조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재명 후보, 기본주택 100만호를 약속했습니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표방합니다.
중산층 4인 가족도 살 수 있도록 면적을 30평대로 넓히고, 역세권처럼 좋은 위치에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30년 이상의 장기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취약계층용으로 좁은 면적, 나쁜 위치에 열악한 주거 조건이어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는데, 그나마 장기공공임대주택조차도 전체 주택의 5%가 채 되지 않습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낮춘 토지임대부 주택도 기본주택에 포함됩니다.
문제는 재원 조달과 택지 마련 방안입니다.
당내 경쟁자들부터 도대체 어떻게 마련할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분당 신도시 10개에 해당하는 그런 물량의 택지를 도대체 어떻게 확보하시겠다는 거예요? 봉이 김선달이나 가능한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기본주택의 분양형이라고 하는 건 실제로 그냥 월세(토지 임대료)를 30만 원씩 내고 있는 거예요. 건물 가치는 제로로 수렴할 테고 땅은 국가가 갖고 있고…"
이 후보는 문제없다고 답합니다.
30평대 기본주택의 조성원가가 3억 원, 분양가가 5억 원, 시세가 10억 원 정도라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택지를 개발할 때 조성하는 역 주변에 집을 짓겠다는 거니, 택지 마련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205만호 공급 정책을 추진하면서,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해 제2의 판교 같은 신도시를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학교를 품은 아파트, '학품아'를 내세웠습니다.
국공립학교 부지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여 1층에서 5층은 학교, 6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쓰는 임대주택 20만호 공급을 제안했습니다.
박용진 후보는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에 통합해, 김포공항 부지에 20만호를 공급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부동산 문제가 대선 민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상황에서 야권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야권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는데, 귀결점은 여권 주자들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1호 공약으로 무엇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공급에 집중한 부동산 대책을 앞세웠습니다.
청년들에게 낮은 원가로 집을 주는 '원가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년 이상 거주 후 원가주택 매각을 원할 경우 국가에 매각토록 하되, 매매차익 중 70%까지 입주자에게 돌아가게 하여 재산 형성을 지원하고…"
신혼부부와 무주택 가구에는 역세권 주택 20만호를 시세의 50~70% 수준에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상향해주고, 기부채납을 받아 짓는다는 구상입니다.
원가주택, 기본주택과 원리는 다르지만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당내 주자들은 "기본주택 같은 허황된 포퓰리즘"이라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보다 더 허황된 공약"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 데다 집값이 계속해서 올라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건데, 이재명 후보 측에선 기본주택 공약을 베낀 것 같다고 반응하자, 윤 후보 측은 발끈했습니다.
공교롭게 공급 250만호, 목표 숫자도 같은데요.
"임대주택형의 기본주택에 거주하는 동안에 주변 집값이 오르게 되면 나중에 집을 마련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겠죠. 그런데 청년 원가주택은 조기에 집을 마련하고 나면 집값이 오르더라도 자본 이득의 70%까지 차지하기 때문에…"
홍준표 후보는 서울 강북 재개발을 통해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쿼터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분양형 기본주택과 비슷한 토지임대부 주택을 통해 실현됩니다.
최재형 후보는 청년 신혼부부에게 민간 분양가의 반값으로 공급하는 반값주택을 내세웠는데, 역시 토지임대부 주택을 활용합니다.
원희룡 후보는 9억 원 이하 주택을 생애 첫 주택으로 사면 정부가 50%를 공동 투자하는 반반 주택 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민간 개발 이익을 늘려주는 대신 기부채납을 받아 싼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게, 민주당 주자들 정책과 다른 지점입니다.
그러나 여든 야든 문재인 정부의 2·4 공급 대책과 별다른 차별점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파격적인 부동산 공약일수록 재원 마련이나 부지 확보가 관건이 될 텐데요, 당선 이후에 실행할 수 있는 세부 방안들이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과천정부청사, 태릉 골프장, 용산기지 등을 활용하겠다는 8·4 공급대책이 나온 지 1년 이상 지났지만 첫걸음도 떼지 못한 곳이 많다는 점에서 공급은 지난한 과제로 꼽힙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