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의 공세로 아프간의 주요 도시를 장악해온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을 시작하자 아프간 정부가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하겠다며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은 탈레반보다 병력과 장비 면에서 우세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한영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을 기준으로 급료를 받는 아프간 군인은 3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에 비해 탈레반의 핵심 전투대원은 6만 명 수준이고 탈레반을 추종하는 지역 무장단체 대원과 지지자들을 포함해도 20만 명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숫자 면에서도 아프간군이 탈레반보다 우위였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아프간군을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는 군대로 키우기 위해 지난 20년간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합쳐 8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원 가까운 돈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지도층의 분열과 부정부패에다 미군의 철수 결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폴 밀러 / 미 조지타운대 교수 :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아프간 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더 이상 승리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싸우죠? 그것은 아프간 군대가 싸우지 않고 탈레반이 승리하는 연쇄적인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대선은 선거 부정으로 얼룩졌고 국방장관은 10개월 가량 비워져 있어 제대로 된 지휘체계조차 확립돼 있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다 정부군 병력의 상당수는 장부에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인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부패한 군경 간부들이 급료를 가로채기 위해 허수로 군인 수를 기재했다는 것입니다.
사기 저하도 심각했습니다.
주요 시설을 방어해야 할 병력이 총 한 번 제대로 쏘지 않고 무더기로 탈레반에 투항하거나 국경을 넘어 달아났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반면 탈레반은 미군이 정부군에 제공한 무기와 실탄, 공격용 헬리콥터까지 탈취해 총공세를 이어갔습니다.
탈레반은 마약 거래 등으로 자금줄이 튼튼했고 사기와 전략 면에서도 우위를 보여 아프간 정부 군을 무력화시키고 사실상의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YTN 한영규입니다.
YTN 한영규 (
[email protected])
▶ 기사 원문 : https://www.ytn.co.kr/_ln/0104_202108152216160284
▶ 제보 안내 : http://goo.gl/gEvsAL, 모바일앱,
[email protected], #2424
▣ YTN 데일리모션 채널 구독 : http://goo.gl/oXJWJs
[ 한국 뉴스 채널 와이티엔 / Korea News Channel Y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