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풍향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여야는 '프레임 전쟁' 중
[앵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이제 7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당내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상대 주자를 옭아매기 위한 이른바 '프레임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대선 풍향계, 이승국 기자입니다.
[기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오히려 코끼리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 이른바 '프레임'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인데요.
상대가 설정한 담론의 틀에 갇히게 되면 선거 승리는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대선 국면에 들어선 여의도에서는 이미 이 '프레임 전쟁'이 시작된 모양새입니다.
먼저 대선 경선 레이스가 한창인 더불어민주당 상황부터 보겠습니다.
지지율 1위 주자인 이재명 후보와 2위 주자인 이낙연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데요.
'명낙 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두 후보의 난타전 속 급기야 17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소환됐습니다.
이재명 후보 측에서 당시 탄핵 과정에 참여한 이낙연 후보를 향해 탄핵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며,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 공세에 나선 겁니다.
이에 이낙연 후보가 직접 나서 탄핵소추안 표결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지만 공방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진실이야 본인만 아시겠죠. 투명하지 않고, 뭔가 안개 낀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추가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미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드렸습니다."
이재명-이낙연 두 주자 간 공방이 가열되면서, 해묵은 '지역주의 프레임'도 등장했습니다.
이번엔 이낙연 후보 측에서 이재명 후보의 언론 인터뷰 중 이른바 '백제'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건데요.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즉 호남이 전체를 통합한 예가 없다며, 이낙연 후보가 이긴다면 역사가 된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을 두고 이 후보 측은 결국 '호남 불가론'을 얘기한 것 아니냐며 지역주의 프레임을 걸었습니다.
"지역은 우리 사회의 상처입니다. 상처는 아픈 사람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말씀을 드리고요."
"지역주의 망령을 끌어낸 것에 대해서는 책임지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없는 사실 가짜로 만들거나 있는 사실을 왜곡해서 공격하는 것은 이것을 흑색선전이라고 합니다."
두 후보의 프레임 공방은 '무능론'과 '체급론'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이재명 캠프에서 이낙연 후보의 전남지사 시절 저조한 공약 이행률과 당 대표 때의 지지율 하락 등을 들어 공세를 펴자, 이낙연 후보가 "닭 잡는 칼과 소 잡는 칼은 다르다"며 맞선 겁니다.
이번엔 제1야당 국민의힘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아직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하기 전이지만, 이미 10명 넘는 후보가 탑승하며 열기가 뜨거운데요.
최근 새 식구가 된 윤석열, 최재형 두 주자를 겨냥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시작된 모습입니다.
정치 참여 선언 직후 여권으로부터 자신을 임명한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배신자 프레임' 공격을 받아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근에는 두 주자를 향한 당내 경쟁자들의 공세도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입당 이후 잇단 '설화'에 휩싸이고 있는 윤 전 총장과 정책 관련 준비 부족을 시인한 최 전 원장에 대해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대통령 후보는 출마한 다음에 공부하는 자리,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 리더로서의 공적인 준비와 역량을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윤 전 총장 원전 발언 관련)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발언은 굉장히 조심하는 게 맞지 않았나."
주자들 간의 '너 죽고 나 살기'식 프레임 공방에 눈살을 찌푸리는 국민들이 적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논점을 압축시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도울 수 있다는 겁니다.
"국민 여론에 숨어 있는 막연한 불만 같은 것들을 딱 축약해서 프레임을 만드는 쪽이 결국 이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프레임이 먹히면 큰 구도를 결정할 수가 있거든요."
"상대방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더 부각시켜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견인하는 '긍정 프레임' 전략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튕겨져 나간다", 미국 언어인지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입니다.
그만큼 현대 선거에 있어 프레임 전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프레임 전쟁이 네거티브로만 점철될 경우,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정치 혐오를 키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긍정 프레임' 경쟁, 보다 성숙하고 선진화된 담론의 대결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대선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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