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한가운데 놓인 냉장고, 열을 낮춰주는 버스정류장 의자.
폭염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서울 자치구들이 여러 가지 이색 아이디어로 여름나기 돕기에 나섰습니다.
김혜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종로구 탑골공원 한쪽에 꽁꽁 언 생수병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무료급식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이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마친 뒤 하나둘 받아갑니다.
숨 막히는 더위 속에 어르신들이 행여 온열 질환에 걸리지 않을까 구청에서 준비한 겁니다.
[윤상남 / 인천 당하동 : 여기 오면 시원하고 분위기가 좋아요. 사람들이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노원구 당현천 산책로 한가운데에는 냉장고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시원한 생수병이 가득 차 있는데 길을 가던 시민들이 하나씩 꺼내 갑니다.
냉장고가 설치된 곳은 그늘 한 점 없는 산책로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누구나 이렇게 시원한 물을 무료로 꺼내 마실 수 있습니다.
[송재헌 / 관계자 : 총 18군데 '힐링 냉장고'를 설치했고요. (하루에) 4만 병 정도가 소진되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산책하던 시민들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입니다.
[박장훈 / 서울 상계동 : 옛날에는 저런 물이 없어서 돈이 없으면 그냥 참고 가야 했는데. 돈 안 내고 마시는 것도 좋고. 시원하기도 하고….]
여름나기가 괴로운 아파트 경비원을 위해 팔 걷고 나선 구청도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34곳의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이봉환 / 상계주공아파트 경비조장 : 야외활동하고 나서 들어오면 땀에 젖거나 그러잖아요? 일정 시간 틀어놓고 땀 좀 식히고 그러면 훨씬 부드럽죠.]
땡볕 아래 버스를 기다리기 힘들다는 민원에 색다른 물품을 마련한 곳도 있습니다.
정류장 의자에 열을 잘 전달하지 않는 소재로 된 덮개를 덮었습니다.
이른바 '쿨링 의자'입니다.
[이진순 / 서초구청 교통행정과 교통행정팀장 : 5~6도 정도 온도를 낮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전에는 너무 뜨거워서 못 앉는다는 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쾌적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전국에 온열 질환자가 벌써 5백 명을 넘어선 여름.
지자체들이 내놓은 가지각색 아이디어가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YTN 김혜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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