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수술실 CCTV법' 통과 가능할까?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시작합니다! 이번 주 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마취돼있는 동안 뭔가가 잘못됐는데, 누가 나를 수술했는지 모르는 상황,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더구나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는 위험천만한 일도 엄연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술실 CCTV 설치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내용은 먼저 최덕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유일한 방패"…수술실 CCTV 의무화 압도적 찬성 / 최덕재 기자]
지난 27일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광주 서구의 모 척추전문병원 의사와 간호조무사 6명을 소환조사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 간호조무사들이 수술을 했다는 내부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들이 끊이질 않으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80% 이상이 수술실 내 CCTV설치 의무화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 설문에선 국민 82%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선 97.9%가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했습니다.
이렇게 찬성이 압도적인 데는 빈발하는 대리수술과 의료사고로 환자와 의사간 신뢰관계는 무너졌는데, 정작 피해자가 대응하려해도 정보 불균형이 너무 심각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수술실에서는 마취된 상태에서 모든 것이 감춰져 있으니까 사후적으로 증거자료라든가 이런게 남겨져있지가 않고. 잘못이 있다 없다에 대해서 공정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의사가 굉장히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환자들에겐 CCTV 영상은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패'와도 같습니다.
수술 중 과다출혈로 아들을 잃고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와 5년째 법적 공방 중인 이나금씨는 "CCTV가 없었으면 아들을 위해 싸워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피해자는 정보도 부족한데 창과 방패를 의사들이 다 갖고 있는 거에요. 방패 정도는 환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단체들은 CCTV 설치로 의료행위가 위축된다는 의료계의 주장은 모순된다며 관련 입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합니다.
"수술실은 (CCTV 설치가) 안된다고 하잖아요? 그럼 응급실은요. 응급실은 100% 설치돼있습니다. 그것도 의료계 요구로."
하지만 2014년 시작된 수술실 CCTV 설치 입법 요구는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최덕재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이렇게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논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지난 6년간 있었던 논의 과정을 한번 살펴볼까요?
예전에 이 사진이 상당히 논란이 됐었죠.
2014년,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된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한 건데요. '부적절한 행동'으로 공분을 사며 문제로 인식된 첫 사건입니다.
'유령수술'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도 이 때쯤입니다.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숨졌는데, 단순 의료사고가 아니라 '대리수술'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2015년, 국회에서 관련법이 처음으로 발의가 됐습니다.
하지만 법안은 별다른 논의 없이 폐기되고 말았죠.
이후로도 관련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2016년,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가 숨진 권대희 씨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유족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의사가 수술을 마치지 않고 다른 수술실로 이동하거나, 간호조무사가 의사 없이 지혈하는 장면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도 일명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이 '권대희법'이란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지만,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광주와 인천 척추전문병원에서 불거진 대리수술 의혹,
대학병원 인턴의 마취 환자 성추행 사건 등이 불거지며 수술실 CCTV는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요.
6년째 이어지고 있는 논의,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사실 해외에도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습니다.
일부 입법 시도가 있긴 했지만, 실제 법이 통과되진 않았습니다.
서구 문화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가 반론의 주 근거였습니다.
국내에서도 해외 입법이 없다며 반대하는 목소리와,
외국과 달리 잘못을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 낮아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수술실 입구냐 내부냐 또 자율 설치냐 의무 설치냐 세부 쟁점이 많습니다.
CCTV가 있으면 진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외과 기피 현상도 심화할 거라는 이유로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병원에선 이미 CCTV를 운영하는 상반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김장현 기자가 전합니다.
[의료계 "후유증 우려"에도 CCTV 설치나선 병원들 / 김장현 기자]
응급·외상·중환자 등 긴급하고 시급한 의료영역을 필수 의료라고 합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의료계가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수술을 감행할 필요성이 큰 분야지만 CCTV 설치가 이런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우려입니다.
소극적 진료에 그치더라도 의료사고 위험을 낮춰 불필요한 송사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부터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의료계 주장입니다.
"(세계의사회 회장도) 중대 수술, 고위험도 수술을 할 때 CCTV가 있으면 외과의사들의 선택에 엄청난 제약을 줄 우려가 있다는 편지를 보내주셨거든요."
또 환자 신체가 담긴 민감한 개인정보가 저장되다가 자칫 유출되면 피해를 걷잡을 수 없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