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풍향계] '고래 삼킨' 형남순…'플랜B 분주한' 신동빈
[앵커]
기업 CEO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는 'CEO 풍향계' 시간입니다.
3전 4기만에 항공사를 손에 쥐게 된 형남순 상정 회장과 이커머스 분야에서 플랜B 마련이 절실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식을 배삼진, 한지이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무려 10배 이상 큰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선 형남순 성정회장 만나볼까요.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을 거느린 성정은 충청권에서는 알짜기업입니다.
다만 지난해 매출이 380억 원대로, 2019년 이스타항공 매출 5,518억 원에 10분의 1 이하입니다.
자금 동원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인데, 형 회장 얘기 직접 들어볼까요.
"내가 기업 사냥꾼도 아니고, 우리 회사 법인이 3개 있는데 다 20년이 넘은 기업들입니다. 기업 하나하나를 아무런 스크레치 없이 끌어온다는 자체는 앞으로 이스타항공 가는 데는 절대적으로 걱정 안 해도 된다."
이스타항공의 빚은 2,500억 원입니다.
당장 인수자금 1,100억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숙제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5년 내 이스타항공 정상화 각오를 밝혔는데 일단 20일까지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지켜봐야겠네요.
형의 경영권 도전은 잘 막아 냈는데, 정작 새 성장 전략 마련은 부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이사선임 안건이 부결됐습니다.
신 회장을 상대로 7전 7패 한 건데, 신 회장의 위치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방증이겠죠.
그런데 유통제국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이벌 신세계그룹이 3조4,000억 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단번에 이커머스 2위로 올라왔는데, 신 회장은 과도한 베팅은 자제한다는 입장이죠.
플랜B로 거론된 배달앱 요기요 인수에도 나서지 않았고, 11번가와의 협력 가능성에도 일단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예년보다 2주나 빨리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는 점은 신 회장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일단, 인수를 통한 확장보다 독자생존에 방점을 찍은 것 같은데, 롯데의 하반기 반격 전략을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었죠.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3년간 LG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아날로그형 제조업에서 인공지능과 신산업 쪽으로 탈바꿈하면서, 선대회장들이 강조했던 인화 대신 생존과 변화를 외치고 있죠.
3년간 정리한 사업만 10개가 넘습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휴대전화 사업을 26년 만에 접은 게 대표적이죠.
대신 애플과의 협력이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8월부터 전국 LG베스트샵 매장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팔기로 한 거죠.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한 전기차 부품업체 LG마그나의 출범 역시 구 회장의 결단입니다.
LG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3년 만에 93조 원에서 162조 원으로 69조 원 늘었죠.
LX그룹 계열 분리로 확실한 구광모 체제가 이뤄진 만큼, 향후 LG의 더욱 달라질 모습이 궁금합니다.
요즘 두산이 짙은 어두움을 뚫고 여명이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실이겠죠.
두산타워는 물론 두산인프라코어 사업 부문과 두산솔루스, 클럽모우CC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습니다.
2년 만에 3조 원대 자구안 마련에 성공했지만, 껍데기만 남아서 뭘 하겠냐는 시각도 있었죠.
그런데, 한미정상회담 이후 원전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두산중공업 주가는 2배 가까이로 뛰었습니다.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청신호에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 원전에서도 두산이 선두권이란 평가인데요.
사우디에서는 담수화 플랜트, 괌에서 복합발전사업을 따낸 데 이어 풍력 발전과 청정수소 생산, 차세대 가스터빈까지 신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어 하반기부터 박 회장이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포인트 높여 4.2%로 상향했습니다.
그만큼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 건데요.
다만 수도권에서 나타난 델타 변이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번 주 CEO풍향계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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