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간의 기류가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실제 여권 분위기가 어떤지 정치부 이현수 기자가 취재하고 나왔습니다.
Q. 여당이 달라졌다. 이렇게 봐도 되는 겁니까?
세 명의 장관 후보자 임명 논란을 계기로 당청 간 미묘한 온도 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양상입니다.
현시점의 당청관계를 뜻하는 키워드를 뽑아봤는데요, '3 대 1'입니다.
Q. 어떤 의미인가요?
세 명의 장관 모두 임명하겠다는 청와대와 최소한 1명은 낙마를 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 여론이 맞서고 있는데요.
그동안 민주당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그어왔거든요.
게다가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4주년 특별연설에서 적극적으로 세 후보자 임명 배경까지 설명하며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중진, 재선의원에 이어 오늘은 초선의원모임까지 모두 다 임명할 수는 없다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말이 민주당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예전에는 이상민, 조응천 의원 정도만 ‘쓴소리’를 한 것 같은데요. 쓴소리하는 여당 의원이 늘어난 거죠?
분위기가 달라진 건 맞습니다.
앞서 보도해드린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대한 지도부의 첫 거취 관련 공개발언도 작심 발언으로 보이는데요.
민주당 내에서 검찰,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Q. 재보선 때문인가요? 왜 이렇게 달라진 건가요?
키워드를 다시 한 번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3과 1 자리가 바뀌었죠.
청와대가 1, 민주당이 3인데 바로 남은 임기를 뜻합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이제 4년 임기 중 1년을 보낸 21대 국회 국회의원들의 계획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내년에 대선에 지방선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에 위기감, 청와대와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런 근본적 이유라면 앞으로 갈등은 더 심해지는 건가요?
당청간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게 여당 대표가 비주류 송영길 대표라는 점입니다.
송 대표, 어제 비공개 간담회에서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겠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듯 청와대 생각을 전달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Q. 송영길 표 부동산 정책도 확실히 청와대와 각이 서는 느낌이에요.
첫 회의에서는 정책 방향, 기조 이런 것이 정해지지요.
송영길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LTV 90%까지 완화부터 양도세, 종부세 등 세제 완화까지 모두 검토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했고, 정권 재창출도 결국 부동산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당, 청와대 생각과 달라도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Q. 그렇다고 청와대도 마냥 끌려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
오늘 또 달라진 당청관계가 드러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요.
앞서 보도해드린 초선 의원모임에서 최소 1명 장관 후보자의 낙마 요구를 했다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가 "모임 중 의원 한 명의 의견이다"라고 언론에 설명해 논란이 됐습니다.
초선 모임의 뜻을 한 명의 의원 생각으로 축소했다는 건데요.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라고 해명했고, 한 명의 의견으로 지목된 당사자, 초선 의원에게 사과까지 했습니다.
당청관계에 변화가 생긴 건 맞아 보이는데요.
이번 주 금요일인 14일, 문 대통령이 민주당에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시한이고, 또 대통령과 민주당 새 지도부가 간담회를 갖기로 한 날인데요.
당청 관계 재정립의 분수령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이현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