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미얀마 쿠데타 사태…바이든 아시아정책 시험대?
[앵커]
미얀마에서는 어제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군부 쿠데타에 수치 고문은 국민의 저항을 촉구했고,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상현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어서 오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마치 1980~90년대의 미얀마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갑작스러운 쿠데타 소식에 국제사회의 충격도 컸던 것 같습니다. 어제와 오늘 상황 간단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미얀마 군부는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 NLD 소속 의원 등 수백 명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서 15년에 이르는 가택연금과 노벨평화상 수상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요. 다른 한편으로 미얀마의 실권자로서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 NLD는 2015년 총선 승리로 53년 만에 군부 독재를 끝냈고,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문민정부 2기'를 열었는데, 석달 만에 쿠데타가 발발한 겁니다. 국가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된 상태이고, 군 출신인 민 쉐 부통령이 대통령 대행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전격적으로 문민정부의 장·차관 24명을 교체하는 등 권력기관 개편을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일단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사실상 일시적 봉쇄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입니다. 양곤 국제공항은 5월까지 폐쇄될 예정이고, 미얀마 국내에서도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가 모두 막힌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국영방송이나 통신, 인터넷 상황도 불안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쿠데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군부를 성토하거나, 아니면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차량 행진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식료품 부족에 대비해 가게로 몰려든 행렬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군부가 쿠데타의 이유로 들고나온 건 무엇인가요. 쿠데타에 대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군부의 주장은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것입니다. 군부는 총선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 860만 명가량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줄곧 제기해 왔습니다. 미얀마 헌법은 비상사태 때 군이 정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요, 미얀마 민주화 과정에서 일종의 타협으로 들어간 독소조항인데, 이에 근거해 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입니다. 일단 군부가 이런 대규모 부정 선거의 명화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미얀마 선관위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즉 NLD 측에 편향된 조치를 취했다거나, 곳곳에서 NLD의 금권선거 의혹이 있었는데 수치 고문이 방임했다는 안팎의 비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수치 고문은 성명을 통해 "군부 행동은 미얀마를 다시 군부 독재 밑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국민을 향해 쿠데타에 대항해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쿠데타로 전권을 가진 인사,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에게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민 아웅 흘라잉은 2011년부터 미얀마군 최고 실력자로 불렸습니다. 그가 군부 권력을 물려받을 당시는 미얀마가 군부 통치를 벗어나 민주국가로 전환하던 시기였는데요, 흘라잉은 그 과정에서 군부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왔습니다. 2017년에는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인 로힝야족 학살 사건의 책임자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2019년 그를 포함한 군부 최고위급 인사들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내리기도 했고, 유엔도 그들이 전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촉구해왔습니다. 흘라잉은 일단 문민정부 시기 수치 국가고문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그는 올해 임기를 마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총선에서 군부가 참패하면서 자신의 향후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권력 유지를 위해 쿠데타 카드를 꺼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분위기를 보면 단지 미얀마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도 보입니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가 됐다는 해석이 많이 나오는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국제사회는 쿠데타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 속에 수치 국가고문 등을 즉각 석방하라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유엔은 논의를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관련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단순히 정치 지도자나 정당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공격입니다. 국제사회는 이 쿠데타를 거부해야 합니다."
쿠데타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지만, 지난달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국가 이익과도 직결된 사안일 수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중국 견제를 중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데 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민주적 선거를 통해 수립된 미얀마의 문민정부가 군부에 의해 전복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아시아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그래서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까지 고려한다면서 강력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압박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가까웠던 미얀마 군부가 완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이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중국도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같은 차원에서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제목은 '미얀마 군부 수장, 바이든에 도전하고 중국에 큰돈을 걸다'였습니다.
[앵커]
미얀마에는 우리 교민도 상당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