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50중 추돌사고로 7명이 숨진 상주 영천 고속도로 사고의 원인은 보이지 않는 살인자 '블랙 아이스' 였습니다.
정부가 이런 결빙 사고를 막는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했는데, 실제로 위험을 줄여주는지 [다시간다] 우현기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캄캄한 새벽, 차량들이 멈춰선 채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는데, 대형 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 받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노면이 결빙된 상태였기때문에 과속해 오던 화물차의 제동장치가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창호 / 사고 피해자 (지난 2019년)]
"1,2차선이 다 빙판이고. 탱크로리 25톤 트럭이 속도를 못 줄이고 제 차를 박고."
[우현기 / 기자]
"연쇄추돌 사고가 일어난 상주-영천고속도로입니다. 지금은 중대 사고가 발생했다는 현수막이 설치돼 위험을 알리고 있는데요. 사고 이후,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결빙 취약 구간을 알리는 조명식 주의 표지판과 과속카메라가 설치됐고, 노면엔 양방향 150m 정도 홈파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홈을 통해 노면의 물이 도로 밖으로 빠져 나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섭니다.
이와 함께 염수분사시설도 설치돼 결빙을 막고 있습니다.
[최홍규 / 상주영천고속도로 관계자]
"노즐을 위로 올리면 1차로까지 분사가 가능하고요. 최장 2시간까지 분사할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 순찰 횟수도 늘렸고, 제설제 염화칼슘의 예비 살포 기준도 대기온도는 4도 이하, 노면온도는 2도 이하일 때로 강화했습니다.
[현장음]
"(몇 도 정도 나왔나요?) 노면온도는 영상 1.1도 나왔습니다. 제설 (예비 살포) 시작한다고 보고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설제나 염수로 눈을 녹인다해도, 도로 표면의 온도가 낮아서 살얼음 '블랙아이스'가 생성될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그대로 미끄러질 수 있습니다.
[박종윤 / 화물차 운전자]
"날씨 추우면 별로 도움 안돼요. 바닥에 열선이 깔리면 더 좋겠지요."
그래서 노면의 온도가 낮은 구간을 찾아내, 속도 제한 등 추가적 특별 관리를 해야 합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안전 대책을 발표하며 전국 고속도로 국도 410곳을 '결빙 취약구간', 즉 겨울철 위험 구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달, 국토부의 구간 지정에 오류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평가 점수 입력 잘못으로 위험하지 않을 수 있는 88곳이 410 개 위험구간에 포함됐고, 정작 블랙아이스 발생 위험이 높은 40곳은, 누락됐다는 감사 결과였습니다.
[국토부 관계자]
"사고가 발생해서 한 달도 안돼서 국무회의 발표를 했지 않습니까.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급하게 작업하면서 실수가 있었어요."
취재진은 이른 새벽, 감사원이 '위험구간'에서 누락됐다고 지목한, 한 터널을 찾아가 봤습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노면이 젖어 있는 듯 보이고, 지상 온도는 영상이지만, 결빙의 관건인 노면 온도는, 실제로 영하에 가까웠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물하고 얼음이 반반씩 섞여있는 슬러시 상태입니다.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형사고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올해 말까지 '결빙 취약구간'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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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서수민 원경종 고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