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속에 지켜낸 삶의 희망…하비상 수상한 '풀'
[뉴스리뷰]
[앵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이며 수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한 권의 만화책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만화계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은 김금숙 작가의 '풀'인데요.
최지숙 기자입니다.
[기자]
엄혹했던 일제강점기, 식모살이를 하던 16살 소녀는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에 사복 차림의 남성들에게 끌려갔습니다.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환대 대신 차가운 시선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김금숙 작가의 '풀'은 이옥선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흑백 그림에 담아냈습니다.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하비상'에서 올해 '최고의 국제도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하비상은 이 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풀은 한 사람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모진 바람을 견디는 풀들처럼, 절망에 속에서도 삶의 희망을 꽃 피워내는 의지를 그렸습니다.
"풀 자체가 아무리 짓밟아도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당시 여성들이) 꽃같이 아름다운 존재였지만 꽃보다는 들판에서 자라는 풀꽃, 풀 같은 의미가 아닐까…"
가해국인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12개 언어로 출간됐습니다.
김 작가는 최근 풀의 2부라고 할 수 있는 '기다림'을 내놨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언니와 헤어진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며, 이산가족들의 애잔한 그리움을 풀어냈습니다.
"억울하고 아프고 소외되고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작업을 끊이지 않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연합뉴스TV 최지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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