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도심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였습니다.
베를린의 해당 구청이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과 일본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요.
뒤에서 일본 정부가 철거를 위해 독일 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철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말 독일 베를린시의 중심지인 미테구의 한 거리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렸습니다.
한국 관련의 한 시민단체가 지난해부터 일본 측의 방해를 우려해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며 조심스럽게 추진한 끝에 결실을 본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은 미테구는 시민단체 앞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오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할 것이며, 철거 비용 또한 시민단체에게 청구하겠다는 뜻도 전해왔습니다.
미테구의 철거 사유는 사전에 알리지 않은 비문 내용으로 인해 독일과 일본 사이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설치 당시 전쟁 시 자행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점 때문에 동상 설치에 동의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동상 건립을 주관한 시민단체 측은 대화를 통해 미테구 측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시민단체 대표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을 포함해 "독일 현지의 40개 시민단체들과 소녀상 지킴이 연맹을 꾸려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소녀상 설치 직후부터 철거를 위해 독일 정부를 집요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1일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소녀상이 적절치 않다며 강한 불만을 전달했음을 인정했습니다.
[모테기 도시미쓰 / 일본 외무상 : 베를린 거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공존하는 곳인데 그 거리에 그런 동상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베를린 도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압박한 데 대해 "일본이 밝힌 책임 통감과 사죄 정신에 역행하는 행보"라고 비판했습니다.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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