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주택 임대 체계가 시작됐죠.
전세가 동나고 월세가 채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와중에 그래도 전세제도는 유효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애매한 조항 때문에 집주인 세입자 싸움이 늘 거다,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연, 박정서 기자가 하나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전셋값을 2년전과 비교해보면 4억 원 후반대에서 6억 원 초반대로 27% 정도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 시행된 입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27%의 5분의 1 수준인 5%까지만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54주 연속 이어진 전셋값 상승세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되면 전셋값을 마음대로 못 올리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앞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의 비율은 서울이 4%로 보증금 1억 원에 1년에 40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0.89%인 예금금리에 비해 훨씬 유리합니다.
여기에 보유세 인상 부담까지 더해져 월세를 선호하게 돼 전세가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겁니다.
[박원갑 /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서 은행에 예치하기보다는 월세로 돌렸을 때의 수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거죠."
각종 부동산 규제에 실거주 조건이 강화된 것도 전세 공급을 위축 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월세 전환이 급격하기 일어나지는 않을 거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전세가율이 54%로 매매가격의 절반 이상인 만큼, 보증금 빼줄 목돈 마련이 어려운 집주인이 상당수이기 때문입니다.
또 집값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는 한 전세를 낀 부동산 투자는 이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구혜정
[리포트]
어제부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됐지만, 시행 초기부터 혼란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혼란을 가중시키는 3가지 키워드, 짚어보겠습니다.
1) 우선 '집주인 실거주' 입니다. 집주인 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이 직접 거주하면 계약 갱신을 거부할 권리가 생기죠.
그런데 집주인이 '내가 살겠다'해놓고 다른 세입자를 들였다면 이 사실을 직전 세입자가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겁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흥신소라도 가야하냐"는 반응까지 나오는데, 실제로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집주인의 주민등록등본을 떼보거나 우편물을 확인하는 것도 불법 소지가 있고 '확정일자'는 이해당사자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전 세입자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2) 다음은 '주택 파손' 입니다. '임차인이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는데,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권대중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파손되는 부분이 자본적 지출로 수리를 해야하는 경우라면 아마 계약해지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자본적 지출의 범위와 한계가 정해지지 않아서 애매하게 됐기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인의 다툼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택이 어떻게, 어느정도 파손돼야 갱신 거절 사유가 되는지 법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3) 마지막으로 법 시행 이전에 집주인이 새 세입자와 '가계약'만 했을 때 법 적용 대상인지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정부는 가계약은 계약 이전 단계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가계약도 계약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해석과 시장 관행이 엇갈리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렇게 복잡한 사례가 많은 만큼 임대차3법 관련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늘리겠다지만, 세부 규정부터 조속히 마련되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채널A뉴스 박정서입니다.
편집: 박은지 PD
그래픽: 전성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