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워치] 트럼프 '대선 연기' 떠보기…'대선 불복' 전조?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연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브리핑에서 "대선 연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일단 쏟아진 물을 쓸어 담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도와 앞으로의 전망을 이상현 기자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메시지를 내놓았길래 이렇게 파장이 큰가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현지 시간으로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대선 관련 글을 올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글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주에서 우편투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사람들이 적절하고 안전하고,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룬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보면 의문형 문장으로 끝나 여론을 떠보는 식이긴 한데요.
현직 대통령이 연기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는 상황 자체가 워낙 초유의 일이다 보니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힌 것입니다.
사실 트럼프의 대선 상대인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진영은 수개월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연기를 시도할지 모른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선거 날짜를 옮기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11월 3일은 아주 좋은 날짜다"라며 적극 부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3개월여 만에 직접 연기를 언급한 셈이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대선일 변경.
법적, 정치적으로 이게 가능은 한 것인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통령의 의지로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미국 대선일은 미국의 역사 속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나름의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쟁이나 불황 등 어려운 상황에도 대선이 일정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적은 없습니다.
일단 미국 연방법은 대선일을 11월의 첫 월요일 이후 첫 화요일로 정해놓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 선거일은 11월3일이 됩니다.
선거일을 이론적으로 바꿀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 권한은 헌법 2조에 따라 의회에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이 다수당이라 만약 찬성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하원의 다수당은 민주당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미국 정치권 안팎의 분석입니다.
[앵커]
현실화가 어려운데도 언급했다.
그러면 뭔가 의도가 있어 보이는데요.
[기자]
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발표가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지 15분 만에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32.9%라고 발표했는데요.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73년 만에 최악의 수치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불리한 뉴스가 나오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카드로 대선 연기론을 꺼낸 게 아니냐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과 인종차별 철폐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심각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데요.
그런 상황에 폭탄 발언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실제 대선에 패배했을 경우 불복할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도 있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를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 같은데요.
이것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연기론과 함께 우편투표를 강력 비판했는데요.
보편적인 우편투표가 도입되면 대선이 오류투성이, 사기 선거가 될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약간씩 다르긴 한데요.
투표를 하려면 먼저 투표인단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투표는 기본적으로 사전 투표나 선거일 투표가 대부분인데요.
사전 투표는 투표일 이전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는 것인데 두 경우 모두 투표소를 방문해야 합니다.
우편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부재자 투표가 있지만, 대상자가 아주 제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여러 주에서는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누구나 집에서 투표한 뒤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는 우편투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우편투표는 결국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젊은 층이나 흑인, 그러니까 주로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주 정부나 언론은 우편투표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부재자투표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과거 사례를 봐도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미국 정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선 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측에서는 물론,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불가론이 곧바로 터져 나왔습니다.
조 바이든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일자를 변경할 아무런 권한도 없으며 끔찍한 국내총생산 실적에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책략을 썼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트위터에 선거일 결정 권한이 의회에 있다는 헌법 2조를 게재했습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공격을 자제해왔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우편투표를 훼손함으로써 국민의 대선 투표를 좌절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권력자들이 있다"고 직격타를 날렸습니다.
공화당의 분위기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1월 3일 선거는 고정불변이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선거는 치러졌다"고 말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도 "연방 선거 역사상 선거를 미룬 적이 결코 없다.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처럼 불가론이 잇따르자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의 구심력이 약화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이처럼 사방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