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아침 모든 도발을‘보류’하라는 메시지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행보인데요. 당연히 속셈이 있겠죠. 정치부 강은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1] 강 기자. 처음 김여정이 도발할 때부터 오늘 김정은 위원장의 마무리까지 이게 다 계획되어 있었던 걸까요?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근거들을 살펴보면 계획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돌발변수가 발생해 도발을 멈췄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약하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군사적 압박 때문이라면 처음부터 핵도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최근 북한은 중국의 말도 잘 듣지 않아왔기 때문에 중국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적어 보입니다.
결국 북한이 처음부터 다 계획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 상황입니다.
[질문 2] 그럼 북한이 계획한대로 일이 진행되었고, 뭔가를 얻었기 때문에 중단했다, 이렇게까지 볼 수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두 가지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건 내부 결속을 다졌다는 겁니다.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 등으로 내부 경제상황이 굉장히 안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대남도발을 통해 내부 불만을 외부로 표출시켰다는 건데요.
북한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을 통해 연일 도발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두번째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입지를 충분히 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남도발의 선봉에 김여정을 세워 북한 주민들에게 김여정의 역할을 분명히 각인시켜줬다라는 거죠.
대외적으로 얻은 건 국제사회에서 잊혀져가던 북한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는 점입니다.
오늘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우리는 진심으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로 돌아가고 싶다”며 다시금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내비쳤는데 이렇게 변화시킨 점, 북한이 얻은 성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질문 3] 그렇지만, 더 얻으려면 더 갔어도 되잖아요. 왜 지금 멈췄을까요?
더 나가면 얻는 것보다 잃을 게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리포트에서도 소개드렸지만 미국이 폭격기와 핵항모를 띄우고 미일이 처음으로 '엘리펀트 워크’훈련을 했죠.
이런 식이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은 계속 높아지고, 북한 역시 다음 도발로 넘어가는데 부담감을 느꼈을 겁니다.
또 우리 정부로부터 뭔가 얻어내려면 어느 정도 여지와 시간을 줘야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그런데 그래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어요. 겉으로만 보면 우리는 아무 것도 준 게 없잖아요. 김정은 위원장, 회군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지 않나요?
곁으로 보기엔 아무것도 준 게 없어 보이지만, 사실 우리 정부는 간접적으로 줄 수 있는 모든 걸 줬습니다.
오늘 정세균 국무총리는 직접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인 김포시 월곶면을 방문해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막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 강력합니다.
북한이 처음 도발을 시작한 이유였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해서 응대한 거죠.
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사퇴했습니다.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 개편까지 언급되는 상황이죠. 북한 입장에선 얼마든지 ‘보류’할 충분한 명분을 확보했다고 보여집니다.
[질문 5] 그렇다면, 북한의 다음 행보는 뭘까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 바로 ‘보류’라는 겁니다. 보류, 사전적 뜻을 보면 “어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어 둔다”는 건데요.
중단한 게 아닙니다. 미뤄둔 겁니다. 북한은 언제든지 대남 군사행동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중앙군사위원회는 김 위원장 지휘 하에 언제든지 다시 열릴 수 있습니다.
긴장, 늦춰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어쨌건 발등에 떨어진 고비는 넘긴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지금까지 강은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