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으로 북미 회담에서 한국 역할 논란
볼턴, 文 대통령 '비핵화 경시' 주장…근거 희박
한국 외교, 볼턴 방해 넘기고 싱가포르 회담 성사
한국 외교, 하노이 회담에서는 무기력한 대응
존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 내용 중에서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한 결과라면서 문 대통령을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이익인 북한 비핵화를 경시하고 남북 관계 개선을 더 중시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외교 전략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이 비핵화를 경시하고 남북 관계만 중시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합니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지난 2018년 초 남북 정상 회담을 준비하면서 북미 대화와 비핵화 진전이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 당국 간 협의 체제인 한미 워킹 그룹을 만들어서, 북한으로부터 친미 사대주의 행보를 보인다고 비난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것은 볼턴 전 보좌관 말대로 한국 외교의 승리로 평가됩니다.
다만 볼턴 회고록은 한국 외교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서는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 가기 전에 이른바 빅딜과 스몰딜, 결렬 세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결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참모들에게 노출했는데도, 한국 정부는 하노이에서도 공동 합의문이 나올 것으로 오판한 것입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이 보좌했던 대통령을 모욕하고, 외교 기밀을 누설한 사실 자체로 비난 대상이고, 동맹국 외교 노력을 방해했음을 스스로 밝혔다는 점에서도 저급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참모들이 미국 행정부에 다수 포진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효과적인 설득 노력이 없을 경우 하노이 결렬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외교에 중대한 교훈이 될 전망입니다.
취재기자 : 왕선택
영상편집 : 고창영
자막뉴스 : 육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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