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6·15선언 20주년…北 위협에 접경지역 긴장 고조
[앵커]
북한은 연일 우리 정부를 향해 협박에 가까운 말폭탄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특히 강한 군사 행동을 예고하면서 접경 지역에서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 기자 연결합니다.
방준혁 기자, 현장 분위기 전해주시죠.
[기자]
네, 강화군 최북단 평화전망대에 나와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제 뒤로 북한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요.
해안가를 따라 북한군 초소가 배치돼있고, 저 멀리 북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는 농지도 보입니다.
제가 오후 일찍부터 나와서 살펴봤는데, 아직까지 북한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고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그젯밤이었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강경 발언 이후 이곳 접경지역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곳 서부전선 북한군 초소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걸려있었는데요.
보시다시피 지금은 전부 내려간 상태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군사 행동을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는데요.
군 관계자는 평소에도 자주 목격되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비무장지대 북한군 감시초소와 서해안 해안포 진지 등에서는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거를 암시하기도 했는데요.
연락사무소가 있는 개성공단 쪽 상황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비롯해 모든 군 통신선을 끊어버린 상태인데요.
북한이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한 만큼 연락사무소나 개성 공단을 완전히 철거할 수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제가 오전에 멀리 개성 공단이 보이는 파평산을 다녀왔는데요.
안개가 잔뜩껴서 내부 분위기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개성공단 안에 태극기가 정상적으로 계양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성공단과 연락사무소에서 특이동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먼저 통신선을 차단한 만큼, 북측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방 기자,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오늘로 20주년을 맞았는데요.
북한에서 관련 메시지는 없었나요?
[기자]
네, 북한은 오늘 6·15와 관련해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남 압박 공세를 높이는 분위기에서 6·15 선언을 부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신 북한은 오늘도 남쪽을 향해 비난과 위협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의 은폐된 적대 정책과 무능한 처사로 남북관계가 완전히 풍비박산 나고 최악의 긴장 상태가 조성됐다"며 "서릿발치는 보복 행동은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특히 북한군이 격앙된 주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군사적 도발이 임박했음을 예고했습니다.
[앵커]
당분간 남북 간 긴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군 당국은 북한의 연이은 압박에 최전방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했습니다.
군 소식통은 "최전방을 비롯해 공중과 해상에서 감시자산을 동원해 북한군 동향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며 "특히 접경 지역에서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도 어제와 그제에 이어 오늘도 정찰기를 투입해 대북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은 접경지역 남측 구역에 대한 관리도 강화했는데요.
접경지역의 민간인 출입 통제선, 민통선 출입 기준을 높였습니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탈북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24시간 방지 체제를 가동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놨다고요.
[기자]
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금의 어려운 남북관계를 언급했는데요.
"지금의 남북관계가 또다시 멈춰져서는 안된다"며 "낙관적 신념을 갖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 행보를 이어가며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북한도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풀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21대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국민들도 단합해 정부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통일부도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오늘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6·15 선언은 변함없는 남북관계의 나침반"이라며 "남북관계가 방향을 잃으려 하는 지금, 6·15 정신을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방 기자, 정부가 오늘 6·15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기념행사는 조금 뒤 오후 5시 30분에 시작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기념 만찬과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당초 정부는 지난 4월까지 북한과의 공동 행사를 추진했는데, 북측이 호응하지 않아 단독으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최근 남북관계 급랭 분위기에서 정부는 오늘 행사를 차분하게 치른다는 계획입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하는데요.
통일부는 당초 기자단의 행사 취재를 허용했다가 어제 오후, 언론의 현장 취재는 어렵다고 공지했습니다.
관련 소식은 행사가 끝나는 대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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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