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여랑야랑 시작합니다. 이재명 기자, 1주일 만에 보네요. 오늘 카메라에 포착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문자 하나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내용부터 일단 소개해주시죠.
오늘도 어김없이 코로나19 중앙대책본부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 직후로 추정되는데,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중대본 회의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태원, 논현동, 익선동은 특정 집단의 이동경로니 적극 대응해달라고 했는데 대단히 위험한 얘기다, 정부 대응이 특정 집단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지적한 겁니다.
Q. 장관 발언을 지적한 건데, 김경수 지사는 저 문자를 누구한테 보낸 겁니까?
특이한 건 김 지사가 직접 대화방을 만든 뒤 이 글을 남긴 건데요, 정확히 누구누구를 초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답장한 사람은 문승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었습니다.
문 차장은 김 지사의 지적에 복지부 측에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언급이 없도록 협의하겠다, 이런 답장을 보냈습니다.
Q. 답장까지 쓴 거군요. 일단 내용만 보면 특정 집단을 타깃하면 안 된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긴 해요.
그렇죠. 사회적 공격이 특정 집단에 몰리면 아무래도 방역에 더 큰 어려움이 있겠죠. 오늘 이해찬 대표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집단감염이 발생한 특정집단, 지역, 세대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이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도지사가 방역대책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게 적절하냐, 이런 말도 나옵니다.
Q. 그러니까요. 저도 조금 전에 보면서 '장관님 인식이 그렇다는 건데 걱정되네요' 저 표현이 딱 눈에 띄더라고요.
그렇죠. 친문 핵심이 아니면 저런 말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도 드는데, 더욱이 김 지사의 지적에 답장을 보낸 문승욱 차장은 지난 8일 국무조정실 2차장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경상남도 경제부지사로 김경수 지사를 보좌했습니다.
한편에선 중대본 회의 자체가 비공개인데, 비공개 회의에선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발언을 김 지사가 지나치게 문제 삼은 것 아니냐, 이런 말도 나옵니다.
Q. 그렇군요. 다음 주제 넘어가 보겠습니다. 취임 3주년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여권 내에서 태종이다, 세종이다,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요?
오늘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태종이라는 하나의 현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가두는 것에 다른 의견이 있다면서 지난 3년 태종의 모습이 있었다면 남은 2년은 세종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 바람이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문 대통령을 태종에 비유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인데요, 이 당선자 발언도 들어보시죠.
[이광재 / 더불어민주당 강원 원주갑 당선자 (지난 8일, 출처:유튜브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태종 같은 거다.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새롭게 과제를 만드는 태종이었다면,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
Q. 이 발언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태종이 아닌 세종이다, 이렇게 답한 셈인데, 약간의 불편함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까요?
이광재 당선자에 앞서서 태종 발언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인데요,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11월 원로 지식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태종이 세종 시대의 기반을 닦았다면서 자신은 새 시대의 맏형, 즉 세종이 되고 싶었는데 구시대 막내 노릇밖에 할 수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는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수사하던 때입니다. 다시 말해 태종 발언에는 새 시대를 열지 못한 좌절감이 녹아있는 겁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구시대 막내 노릇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습니다.
[노무현 / 당시 대통령 (2007년 11월)]
내 딴엔 새집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들이 많이 있었어. 그래서 내가 할 몫을 다시 수준을 낮춰서 구시대의 막내 노릇, 마지막 청소부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Q. 이광재 당선자하면 노무현 정부 때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잖아요. 노 전 대통령이 말한 태종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렇죠. 문재인 대통령을 구시대 막내로 묶어놓은 거니 친문 진영에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겁니다.
다만 세종대왕 같은 성군이 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겠죠.
오늘의 한마디는 세종대왕의 이 욕심만은 꼭 닮기를 바라서 정했습니다. 바로 '인재 욕심'입니다.
Q. 세종이든 태종이든 그 역사적 평가는 대통령 퇴임 후에 국민들이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랑야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