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찾은 재판부…'치료적 사법' 치매환자 첫 선고
[앵커]
아내를 살해하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노인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법정이 아닌 병원에서 열렸습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입원한 병원으로 간 건데요.
치매환자와 관련한 치료적 사법 판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솔 기자입니다.
[기자]
법복을 입은 재판부가 간이 법정으로 들어옵니다.
피고인 석에는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남성이 자리합니다.
67살 A씨는 아내를 흉기로 살해했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중증 치매 환자입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1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치매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명했습니다.
피고인이 치료를 받은 병원입니다.
바로 이곳에 법정이 마련됐는데요.
재판부는 사무실 탁자에 앉아 치매를 앓는 피고인을 바라보며 선고를 했습니다.
이른바 '치료적 사법'의 일환입니다.
재판이 처벌만을 위한 게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A씨 자녀들은 항소심에서 A씨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탄원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수감돼 있던 A씨를 직권으로 석방한 뒤 치료를 받도록 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사, 병원 측이 협조해 점검회의를 열고, A씨의 가족과 주치의는 A씨의 공격적인 성향이 완화됐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재범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만큼이나 치료가 중요한데요…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치료법원과 같은 제도가 정비돼서 치료적 사법이 많이 활성화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와 관련한 치료적 사법 선고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합뉴스TV 윤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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