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도순 모여 손주 재롱을 볼 법한 설 명절에도 택배 배달에 나선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일당 2만 원을 벌어보려고 혹은 정이 그리워서. 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마음 한 편이 짠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공태현 기자가 실버택배 기사님들의 설명절을 함께 했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택배원 75살 김태진 씨가 묵직한 명절 선물세트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현장음]
"(택배물품이) 설 선물이라는 거만 내용 파악하고 그냥 갑니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쥔 김 씨는 침침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주소를 검색합니다.
4kg 이하 택배만 배송하지만 대중교통을 오고 가다 보니 가는 길도 녹록지 않습니다.
[현장음]
"(안 무거우세요?) 나이 먹는 숨 차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나마 지하철 경로석이 있어 잠시 편하게 이동합니다.
김 씨는 대중교통으로 서류나 물건을 배달하는 '실버 택배원'입니다.
[김태진 / 실버 택배원]
"(명절에)돈을 벌어야 되겠고 그러려면 일을 해야 되니까 일을 하는 거로 위안을 삼습니다."
김 씨는 오래 전 결혼한 자식들이 따로 살고 있어 이번 명절에 모이지 않습니다.
김 씨처럼 연휴에도 단기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은 실버택배 사무실로 몰립니다.
아침부터 대기실에 있는 노인들에게 배달 업무가 주어집니다.
[배기근 / 실버택배 업체 대표]
"설날에도 많이 오고. 할아버지들은 아침 새벽부터 와요. 명절에도."
67살 정헌표 씨는 지난 추석 연휴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택배 일을 합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10년째 혼자 살면서 사람 냄새가 그리웠던 정 씨는 그나마 택배 일하는 동료를 만날 수 있는 명절이 즐겁습니다.
[정헌표 / 실버 택배원]
"나오다 보면 친구들도 있고. 그분들하고 또 여러 가지 담소도 누고. 그러다 보면 시간도 가고."
하루 종일 일하는 대가로 받는 돈은 2만 원 정도.
노인 인구 800만 시대.
이젠 전통명절마다 반복되는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채널A 뉴스 공태현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 홍승택 장명석
영상편집 : 이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