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로 가린 번호판…자기 꾀에 걸린 성금 도둑

채널A News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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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6억 원을 기부한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을 훔친 일당이 붙잡혔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물 묻힌 휴지로 차량 번호판을 가리기까지 했는데, 주민이 이걸 수상하게 보고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눈썰미 좋은 제보자를 이지운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이 흰색 SUV 차량 조수석에서 내립니다.

빨간색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남성, 잠시 후 다급히 차량으로 돌아오더니 순식간에 현장을 빠져나갑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천 만원을 훔친 2인조 절도범입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오기를 기다렸다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경찰 관계자]
"(성금은) A4 용지 박스에 담겨 있었어요. 빨간 가방에 담아서 간 거죠."

[이지운 기자]
"용의자들은 기부천사가 성금을 두고 가는 곳 앞에서 잠복을 하며 화장지에 물을 묻혀 차량 번호판까지 가렸는데요,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이 차량 번호를 적어 뒀다가 경찰에 제보했습니다. 경찰은 주민의 제보를 바탕으로 CCTV 탐문 수사에 돌입했습니다."

[제보자]
"주차공간이 아니고 길에 서 있어서. 이틀 동안 있으니까 수상했지. 남한테 돈 받으러 왔나? 그런 생각뿐이지. 성금은 아예 생각도 못 했지."

이들이 범행 4시간 만에 붙잡힌 데는 주민의 메모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범행 당일과는 달리 답사와 잠복 때는 차량 번호를 가리지 않았던 겁니다.

경찰은 제보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제보자]
"내 돈 갖고도, 많이 안 벌었어도 살았었는데. (포상금을 준다면) 동사무소에 다시 기부하겠습니다."

경찰조사에서 절도범들은 컴퓨터 수리점을 하나 더 열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채널A 뉴스 이지운입니다.

[email protected]
영상취재: 정승환
영상편집: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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