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유니폼을 입은 '인민루니' 정대세(29)는 다부지게 말했다. 독일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지만, 한국에서는 '인민루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였다.
정대세는 일본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거쳐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으로 이적했다. 지난해에는 쾰른으로 옮겼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기회를 찾아 수원으로 이적, 10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며 등번호는 서정원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14번을 받았다.
정대세는 이날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원이라는 전통 깊은 구단에 들어갈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 "독일에서 축구를 했는데 그 경험을 수원에 전해서 꼭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부푼 꿈을 안고 독일로 향했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감독과 불화설도 나왔다. 하지만 정대세는 "언론에서 여러 문제를 얘기했지만 난 잘 모르겠다"면서 "훈련장에서 내 능력을 보여줬다면 그렇게 안 됐을 것이다. 많은 후회가 있다. 마음 아팠던 것을 한국에서 다 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정대세에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더 있었다. 하지만 정대세는 일찌감치 수원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북한대표팀 출신으로 수원에서 뛴 안영학과 독일에서 활약 중인 차두리의 조언이 컸다.
정대세는 "쾰른에서 뛸 때 에이전트가 한국 팀 얘기를 했다. 수원 얘기가 먼저 나와서 다른 팀은 관심이 없었다. 영학이형이 예전에 뛰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고, 환경도 좋다고 했다"면서 "두리형과는 일주일에 2~3번 만났다. 수원과 서울은 더비라고 들었다. 서울과 경기할 때는 언제나 그 이상의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목표는 팀의 우승과 15골이다. 정대세는 "14번을 달게 해준 수원도 기대가 큰 것을 안다.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우승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다. 리그가 가장 중요하다.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도 리그"라면서 "15골에 큰 의미는 없다. 이번 시즌 목표는 우승이고, 우승하는 팀의 공격수는 15골은 넣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을 가진 아버지와 해방 전의 조선 국적을 유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또 북한대표팀 공격수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축구 팬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CNN, NHK 등 각국 방송사들이 정대세를 취재할 정도.
정대세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한국말 배우기다. 또 오락 프로그램을 많이 봐 선수들과 대화를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일본 J리그는 관중석이 다 차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다. 모든 경기에서 관중석이 찼으면 좋겠다. 많은 팬들이 호기심을 경기장으로 와서 풀었으면 좋겠다. 직접 경기장에 와서 내 플레이를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CBS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