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은 인간이 태곳적부터 줄곧 간직해 온 꿈이다.
뉴질랜드 출신 베이스점퍼(BASE Jumper) 존 척 베리(46)는 지난달 27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하늘에서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해 보였다.
척 베리는 이날 2,000미터 상공의 경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좌우로, 그리고 위아래로 마음껏 창공을 누비다 낙산 해변에 가뿐하게 내려앉았다.
물론, 척 베리가 맨몸으로 비행을 한 것은 아니다.
사지를 활짝 펼치면 날다람쥐를 연상시키는 '윙수트'와 낙하산이 척 베리가 하늘을 날기 위한 필수 장비다.
윙수트는 겨드랑이와 다리 사이에 천을 덧댄 것으로, 공기 저항 만으로 하늘을 날면서 역동적인 비행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낙하산을 이용해 공중에서 내려오는 게 대수롭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낙하산은 지상과 충돌하기 직전인 고도 불과 100미터쯤에서야 펼쳐진다.
까딱 잘못해 고도 100미터를 지나 80미터 아래로 떨어지면, 이때는 낙하산을 펼쳐도 아무 소용이 없고 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
17세 때 스카이다이빙을 시작으로 패러글라이딩, 초경량 항공기 조종 등 각종 공중 스포츠를 섭렵한 척 베리가 난도가 가장 높은 공중 스포츠로 베이스점핑을 꼽는 이유다.
베이스점프는 빌딩(Building), 공중(Antennas), 교각(spans, bridges), 절벽(earth, cliffs) 등 뛰어내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척 베리는 26년 동안 6,000회 이상의 베이스점핑 기록을 가진 베테랑이다.
6,000회 이상 점핑 기록이 웅변하듯 척 베리에게 베이스점핑은 더 이상 어떤 긴장감도 주지 못한다.
척 베리는 "이제는 점핑을 할 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지가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중력도 문제가 되지 않고 그냥 새처럼 날아가는 하늘 경험은 정말 경이롭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더 아름다운 눈을 갖게 된다."
척 베리의 베이스점핑 예찬이다.
'베이스점프를 배우려면 기본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스카이다이빙부터 익혀야 한다'는 게 '인간 날다람쥐' 척 베리의 조언이다.
이번 낙산에서의 베이스점프는 척 베리가 한국에서 행한 첫 점핑이다.
척 베리는 원래 한국에서의 첫 점프 장소를 설악산 울산바위로 기획했다.
하지만 사전 답사에서 '암석 구조가 울퉁불퉁한 데다 나무가 너무 많아 착륙 지점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울산바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척 베리는 "베이스점프와 패러글라이딩, 초경량 항공기 등을 이용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하늘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