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큰 상흔을 남기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태풍 피해가 크지 않은 건 다행인 일이지만, 하루종일 기상청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짚을 건 짚자"는 분위긴데요, 어떤 얘기인지, 오늘도 문화과학부 김종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1]비난이 나오는 이유가 뭡니까?
조금 전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오늘 전국의 학교와 유치원 8600여 곳이 휴업을 했습니다. 태풍이 인구 24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서울 수도권을 강타한다는 예보에 전국이 초긴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서울과 수도권에 내린 비의 양은 10mm 안팎이었습니다. 서울에서는 태풍이 지나갔는지를 체감하기 힘들 정도였는데요. 기상청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인터넷 등에선 기상청을 비판하는 여론이 하루종일 들끓었습니다.
태풍 '솔릭'이 한반도 내륙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기상청은 해발 1950m의 한라산이 '방패막' 역할을 하면서 태풍의 위력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질문2]그런데, 한반도를 지나치는 태풍의 경로를 일본 기상청이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맞췄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기상청은 뭐라고 해명하고 있습니까?
"수도권을 관통할 것"이라는 우리 기상청과는 달리, 일본 기상청은 어제 새벽부터 "한국의 수도권을 지나가지 않는다. 목포로 지나간다", 이렇게 예측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면에 보시면 나와있죠. 실제 경로와 일본이 가장 근접합니다. 우리와 미국은 조금 차이가 있고요.
우리 기상청은 일본 기상청 발표 이후 2시간 정도 지나 태풍의 경로를 군산에서 영광으로, 다시 부안으로 계속 수정했습니다.
태풍의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런 차이는 예보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오차라고 볼 수도 있겠죠.
기상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 모두 같은 데이터를 놓고 분석하지만, 같은 데이터를 봐도 해석과 전망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태풍의 움직임을 놓치거나 잘 못 본 게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는 겁니다. 어느 나라의 기상청이든 오보의 위험은 당연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예보관을 정답 없는 정답지에 정답을 쓰려고 하는 직업이라고도 합니다.
[질문3]저도 인터넷 비난글들을 봤는데, '기상청이 후폭풍을 모면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보를 한 것' 아니냐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기상청은 뭐라고 합니까?
앵커 질문에 대해 제가 직접 오늘 오전에 기상청 유희동 예보국장에게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유희동]
보수적으로 해도 문제가 되고 보수적이지 않게 해도 예보가 잘못됐다고 그러면 그 비난은 어느 부분에서도 다 받아야 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예보를 낼 뿐입니다.
정치적 판단을 한 예보가 절대 아니라는 거겠죠.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기상청의 발표 때문에 정부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건 맞습니다. 이유 있는 호들갑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예보가 잘못됐을 때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큰 만큼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 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귀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