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던 20대 여성이, 관리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게스트하우스의 안전 문제와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전국에 과연 몇 곳이 있고,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못한 부실한 관리에 여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황수현 기자의 더깊은 뉴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강릉의 한 게스트하우스.
마당 한쪽에 천막들이 설치돼 있고 빈 소주병은 박스 채로 쌓여 있습니다.
관리인은 저녁에 열리는 파티에 참석을 권유합니다.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삼겹살에 소주 무제한이 1차고요. 2차도 생맥주에 소주 3차도 생맥주에 소주 무제한이고요."
저녁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투숙객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처음 만났다는 서먹함은 잠시.
[현장음]
"자 잔들 다 드세요. 000을 위하여. 자 다같이 000을 위하여!"
합석을 통해 다른 투숙객과의 만남도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게스트하우스 관리인]
"(여기서 커플이 되는 사람도 있어요?)
(커플이)되는 사람도 있지.
2차 장소로 안내된 곳은 지하 1층.
요란한 음악 소리에 현란한 조명. 여기가 게스트하우스인지 나이트 클럽인지 헷갈릴 정돕니다.
몸을 밀착한 채 춤을 추는 남녀 바닥에 주저앉거나 몸을 못 가누는 사람도 보입니다.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은 이 곳에서 식사와 술 판매는 허용되지만 손님들이 춤을 추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보안 상태도 헛점 투성입니다.
분명 방문을 잠궜는데도 손잡이를 몇차례 돌려보니 힘없이 열립니다.
[현장음]
"문이 그냥 열리는구나."
투숙객들은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여성 투숙객]
"열쇠(마스터키)도 너무 공개했어. 그냥 아무나 가져다 쓰라고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는데, 불안하지."
여성 투숙객 살인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았다는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들의 상황은 어떨까.
함덕에 위치한 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봤습니다.
농어촌민박업으로 등록해 아침을 뺀 식사와 술 판매는 할수 없는 곳이지만,
공공연하게 투숙객들에게 음식과 술을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건 이후, 투숙객들이 직접 술과 음식을 구매한 뒤 모이는 것으로 영업 방식을 바꿨습니다.
[게스트하우스 관리자]
"저희가 이번에 문제가 있어 가지고. 파티가 원래 음식을 제공했었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술잔이 쉴 새 없이 오고가고.
[현장음]
""
화려한 조명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파티는 여전했습니다.
당초 외국인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출발했던 게스트하우스.
'나홀로 여행’이 젊은 층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급속도로 퍼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손님을 끌기 위해 유흥과 즉석만남을 내세우는 곳들이 생겨나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업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박부승/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일부 불법적인 파티문화를 갖고있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게스트하우스 인증 제도를 도입하고 성범죄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 또한 허점 투성입니다.
[전성태/제주도 행정부지사]
"(게스트하우스 관련 법은) 사실은 지자체 차원에서 될 사항은 아니고. 중앙 부처차원에서 법개정이 돼서 게스트하우스만을 위한 어떤 제도가… "
현행법상 게스트하우스라는 업종 자체가 없다보니 농어촌민박업이나 숙박업 등으로 뒤섞여 등록되고 있는 상황.
신고조차 하지 않는 무허가 업소도 수두룩합니다.
전국에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훈/한양대 관광학과 교수]
"법을 통해서 어떻게 관리해야할지가, 정확하게 규정되어있지 못하니까 관리가 되지 못하는데요. 이제는 법률적인 체계속에 들어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수현/기자]
"저렴한 가격에 추억을 쌓는다는 본래 목적대신 탈선과 편법으로 변질된 일부 게스트하우스 문화.
제2, 제3의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황수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