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지를 놓고 진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인도'가 27년 만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전시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유족 측은 위작을 일반에 공개하는 건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고소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상익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위작 논란 속에 미술관 수장고에서 잠자던 '미인도'가 2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고 천경자 화백이 1977년 그린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일반 공개를 결정한 겁니다.
[바르토메우 마리 / 국립현대미술관장 : 오히려 좀 더 일찍 (미인도를) 공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투명한 운영이 제 원칙이고 어떤 것도 숨길 게 없습니다.]
미술관 측은 그러나 작품명과 작가명이 없는 상태로 전시를 결정하고 천경자 작품이란 언급을 설명 도중에 급하게 정정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성급한 공개가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장 엽 /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자료 관리과장 : 아까 임 연구사가 '천경자 미인도' 라고 말한 건 실언이었다고 말씀드립니다..]
미술관은 전시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면서도 위작을 주장하는 유족의 반발을 의식한 걸로 보입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천경자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고, 지난해 프랑스 전문 감정기관은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에 불과하다"고 감정 결과를 내놨지만, 검찰은 6개월간의 수사 끝에 진품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1월 항고한 유족 측은 이번 공개 전시가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배금자 / 천경자 유족 측 변호인 : 천경자라는 가짜 서명이 들어간 위작품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고, 사자(死者) 명예훼손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우리 유족은 다시 추가 고소를 제기할 것입니다.]
유족 측은 검찰이 과학적 증거를 배제하고 특정인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최근 해외 학회에서도 이슈화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감정기관이 법적인 다툼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국제적인 위작 스캔들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YTN 김상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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