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을에서는 매년 돌아가신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와의 약속 때문인데요.
어떤 사연인지 국민신문고에서 만나봤습니다.
[기사]
햇볕이 내리쬐는 7월의 어느 날.
충북 청주시 외곽의 한 공원묘지를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68살 신재우 씨.
익숙한 듯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하는데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맺히는 더운 날씨지만 신 씨의 정성스런 손길은 한참을 멈출 줄 몰랐습니다.
뜻밖에도 이 묘소의 주인공은 신 씨의 가족도, 친척도 아닌, 같은 마을에 살았던 이웃 아주머니.
고 김금옥 할머니의 묘소입니다.
1981년 가을.
마을 주민 서너 명을 불러 모은 김금옥 할머니.
불쑥 서류 봉투를 내미는데요.
봉투를 열자 2000제곱미터에 달하는 크기의 땅문서가 들어있었습니다.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온 김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마을에 기부한 겁니다.
대신 딱 한 가지 부탁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죽은 후 제사를 지내달라는 간곡한 부탁.
신재우 씨는 바로 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세운 복지협의회의 대표입니다.
이젠 마을 축제가 된 할머니 제사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신재우 / 청주 용담동 복지협의회 대표 : 제사 지낸 음식으로 노인네들끼리 경로당에서 식사 같이 하고 거기서 건의사항 있으면 받고 후배들한테 기회도 주고 제사 지내는 것부터 해서 고취시키면 아마 이 사단법인이 없어지기 전까진 잘 이어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벌써 32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6월 28일에도 할머니의 차례를 지내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신재우/ 청주 용담동 복지협의회 대표 : 어렵게 사셔서 돌아가신 다음에는 제사할 때 저희가 성심성의껏 차려놓고 같이 제사 지내고..]
[고순식 / 김금옥 할머니 이웃 주민 : 집도 그냥 이런 좋은 데도 못 살았어. 그렇게 사셨어. 항상 딱하게 생각하고 우리는. 그리고 돌아가셨으니까 1년에 한 번씩 제사를 잘 지내드렸어요.
할머니의 제사상이 차려진 바로 이곳이 바로 할머니가 기부한 땅입니다.
처음엔 그냥 논바닥이었던 땅은 택지개발에 포함되면서 땅값이 크게 뛰었다고 합니다.
[신재우 / 청주 용담동 복지협의회 대표 : 도로가 나면서 가치가 올랐죠. 몇...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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