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어르신들이 어엿한 시인으로 변신해 제2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시에는 한 행 한 행마다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일 수 없었던 한평생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어르신들의 위대한 도전, 강희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햇살 좋은 날, 어르신 네 분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윤동주의 서시를 배우고 있습니다.
[유미숙 / 시인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시에 푹 빠진 지 어언 1년.
이제 막힘없이 시를 써내려갈 수 있게 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을 전혀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었습니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조차 모험이었습니다.
[이명옥 / 시인 : (은행에 가서) 글씨 하나가 틀려도 고치려면 손이 덜덜덜 떨려서 창구 직원들도 나만 유심히 바라보면 창피해서 내가….]
힘들었던 어린 시절 공부는 사치였고, 추운 겨울 7살 동생을 업고 잠잘 곳을 찾아 돌아다녀야 했던 9살 소녀는 이 나이가 되도록 아픔을 표현할 줄 몰랐습니다.
[윤복녀 / 시인 : 배고픈 밤, 다리도 허리도 아픈데 눈물은 왜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누나 울어?" "아니"]
가까스로 글을 깨우친 뒤 옛날 그 아픔을 시에 모두 담아 승화시키는 이들의 작품이 솔직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윤복녀 / 시인 : (동생이) 토요일에 올라올 거예요. 올라오면 보여줘야죠. 동생이나 나나 술 한잔 하면 매일 우는 게 옛날 얘기하면서 우는 건데. 책 보여 주고. 한 권 주고 그래야죠….]
그렇게 시집 한 권에는 네 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겼고, 출판기념회를 열고 시 낭송까지 하는 어엿한 시인이 됐습니다.
[박미산 / 지도 교수 : (처음 만날 때) 표정이 굉장히 안 좋으셨어요. 좀 어둡고 약간 경계를 한다고 할까요? 그러셨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잘 웃고 너무 달라졌어요.]
이제야 맘 편히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있는 어르신들은, 그렇게 기적 같은 인생 제2막을 열었습니다.
■ 시, 잠자는 나를 꺼내다 / 김영숙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었구나 꺼내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까 못나고 아픈 것도 있는데 예쁜 것만 찾아 놓을까
그래도 마음속에 한줄기 빛을 비추고 싶다.
다 괜찮다고 모든 게 어우러지면 완숙되는 거라고 나를 꺼내 하늘로 날려 보낸다.
YTN 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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