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절감을 위해 경비원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최저임금까지 올라가면서 경비원 해고가 더 잦아지고 있는데요.
나가라면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나가야 하는 '을중의 을' 경비원, 최주현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10년 째 아파트 경비원 일을 하고 있는 68살 오상균 씨.
두달 전 인근 아파트에서 해고된 뒤 자리를 옮겨야만 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30명이 해고됐습니다.
[오상균 / 경비원]
"그때 한 두 명이 나온 게 아니에요. 나이를 바짝 줄이니까 70세까지면 2년을 더해도 되거든. 그렇게 믿었는데 갑자기."
그런데 오씨는 해고 통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붙여야 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오상균 / 경비원]
"우리가 다 붙였지. 억울했고. 거기서 그렇게 결정난 거 우리 마음대로 복귀해달라고 해도 안되고…"
[김소영 / 아파트 주민]
"그 사실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었죠. 저희한테 한 마디 의사나 내용이 전혀 없이 그냥 결과만 나온 거였거든요."
해고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관리비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입주자 대표회의 관계자]
(반대 주민은) 관리비가 올라가는 게 상관없다 이거야. 형편없는 사람들이 이병철 손녀딸이나 되는지. 예산 절감하려면 어디다 손을 대? 줄이자. 인원을 줄이자."
서울 동대문구의 또 다른 아파트.
해고 통보를 받은 경비원 박 모씨의 근무 마지막 날입니다.
[박모 씨 / 해고 경비원]
"회사 측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말일까지만 나오시고 그만 나오랍니다’ 라고."
무더위에 습도까지 높았던 지난 7월 24일 밤.
[(7월 24일 방송)]
“공기가 무척 꿉꿉한 상탭니다. 대기 중에 온도가 워낙 높아서 지금 서울의 습도는 75퍼센트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더위를 이기지 못해 지하에서 샤워를 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최주현 기자]
"무더운 날 경비원이 몸을 씻었던 곳입니다. 한 쪽에는 이렇게 청소용 도구가 가득 쌓여있고, 이렇게 걸레도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걸레를 행구는 물도 대야에 담겨있는데요. 그렇다면 경비원은 왜 이곳에서 몸을 씻을 수 밖에 없었을까요?”
[박모 씨 / 해고 경비원]
"밤 11시 20분까지 있었는데 너무 더우니까 땀도 옷에 젖어있고 실내 온도도 36도까지 올라가니까, 도저히 사람이면 이 안에 있을 수가 없는 거예요."
관리 사무소는 근무시간에 샤워를 했다며 이틀 뒤, 해고를 통보했습니다.
4년 넘게 성실히 일했던 경비원의 해고소식에 일부 주민은 해고 반대글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유우정 / 아파트 주민]
"굉장히 당황스럽고, 마음적으로 슬프고, 아이한테 부끄러웠습니다."
[조수남 / 아파트 주민]
"주민들 위해서 굉장히 헌신적으로 많이 일을 하셨는데…가슴이 아프네요."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박 씨가 과거에도 여러번 문제를 일으켜 해고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도 원인이었습니다.
[아파트동대표회의 관계자]
"최저임금이라는 게 정책적으로 정해졌잖아요. 시말서 쓴 것도 두번 있고. '더위를 참지 못하고 11시에 갔다'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이 사람이 1순위가 됐다, 이말이에요."
경비절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나오는 거론되는 경비원 해고.
경비원을 '을중의 을'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최모 씨 / 경비원]
"너무 허망하게 다 짤라버리니까, 돈을 안 올려줘도 일만 시켜줬으면 좋겠다 그랬어요."
과연 해법은 없을까.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는 내년에도 경비원 처우를 보장하겠다는 양심계약서가 내걸렸습니다.
경비원 월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머리를 맞댔고, 최저임금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요금을 절약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했습니다.
[김춘수 / 아파트 공동주택대표회장]
"사람이 먼저잖아요. 낭비될 것을 줄이고 사람한테 해야될 것을 돌려드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
아파트 관리비 절감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경비원 해고가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때입니다.
채널A 뉴스 최주현입니다.
최주현 기자 (
[email protected])
연출 김남준 최승희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