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이 또 한 번 조마조마한 모습입니다.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한 '쿠르드족'이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기원전 9세기경 자그로스 산맥 일대에 세워진 메디아왕국의 후손으로 알려진 쿠르드족의 인구는 무려 3,200만 명입니다.
중동에선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민족인데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도 가지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국가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라비아와 오스만 제국 등의 통치를 받다가 1차 세계 대전 후 영국과 프랑스가 이 지역에 구획한 국경에 의해 네 개 나라로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터키에 절반가량이 살고 있고, 이라크에 약 500만 명, 이란에 800만 명 그리고 시리아에 2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쿠르드족이 분리,독립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해서 독립 투쟁을 이어왔는데요.
돌아온 건 탄압과 박해, 학살이었습니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강대국은 뒤로는 독립을 밀약하면서 이해타산에 따라 쿠르드족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곤 했습니다.
이번에 분리·독립 투표가 진행된 곳은 이라크 북부인데요.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자치정부가 형성된 곳입니다.
2002년 미국은 후세인을 축출하기 위한 이라크 전쟁 때 후세인 정권에서 '인종청소' 수준의 박해를 받은 쿠르드족에게 자치권을 약속하며 끌어들였습니다.
그 결과 2003년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 자치정부'가 세워졌습니다.
쿠르드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이라크 전체 원유 판매 대금 일부를 배분받고요. 자체 민병대를 운영합니다.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쿠르드군은 후세인이 축출된 후 오합지졸이 된 이라크 정부군보다 더 단단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 쿠르드군은 미국과 유엔으로부터 무기 지원까지 받으며 테러단체 IS를 소탕하는 데도 큰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쿠르드족에게 지금은 기회입니다.
자국 내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는 인접국의 반발에도 IS 소탕작전에서 공을 세웠다는 점이 분리·독립의 명분이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찬반 투표를 강행한 겁니다.
한 번도 국가를 가져보지 못한 '중동의 집시'… 그래서 투쟁의 역사 속에 살아온 쿠르드족은 또 한 번 분리 독립을 향한 몸짓으로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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