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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팽만익의 화가 폭발하려 했다. 얼음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는 듯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던 그가 단지 신황의 몇 마디에 화를 참지 못하고

가식적인 얼굴 뒤에 숨긴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들 사이로 끼어드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철장우와 팽만운이었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보다 못해 나선 것이

다. 그러나 똑같이 나섰어도 나선 목적은 틀렸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너희들도 베어버릴 것이다.”

팽만유의 살기어린 목소리에도 철장우는 비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음

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지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들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은은한 공포의 빛이 베여 있었다. 얼마 전 숲에서 신황이 어떻게 행

동했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아마 그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광경을 직접 본 철장우는 더했다.

한동안 그날의 공포를 잊기 위해 철장우는 이를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악물어야 했다. 만약 무룡

대의 대주라는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이 없었다면 그는 진작에 이성을 잃었

을 것이다. 그렇게 부하들이 미치기 일보직전의 모습을 보는 심정은 어떠

했겠는가?

그 역시 신황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소한 신황은 이렇게 이성을 잃고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

은 준비가 필요했다.

때문에 그들은 갖은 이유를 대서 팽만유를 설득했다. 그에게 신황이 겁나

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콧대 높은 자존심에 그런 말을 한다고 해

서 들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그들은 갖은 이유를 대서 팽만유의 마음을

돌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기에······?’

은밀히 그들끼리 속삭이는 모습을 보며 팽만운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

랐다. 팽가의 정보를 총괄하는 백영각주답게 팽만운은 팽만유와 무림맹의

문상인 제갈문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연

결고리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그들이 무슨 이야

기를 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철장우의 전음이 모두 끝났을 무렵 팽만유의 얼굴은 처음과 똑같이

냉정한 표정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가 신황을 보며 차갑게 한마디 했다.

“네가 강호에서 요즘 명성을 날린다는 명왕이구나. 좋아! 오늘은 첫날이고

하니 그냥 넘어가지. 하지만 제명에 죽고 싶다면 앞으로 너무 나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쥐꼬리만 한 명성이 모두에게 겁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동시에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철장우와 제갈우희

가 따랐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신황이 싸늘히 중얼거렸다.

“운이 좋군! 늙은이. 하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고는 자신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오늘은 무이가 외가에 온 첫날이라 참았지만 다음에도 이런

다면 반드시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게 될 테니까.”

우뚝!

신황의 말에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팽만유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

다. 지독한 모멸감에 참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옆에서 철장우와 제

갈우희가 무어라 속삭이는 바람에 그는 화를 폭발시키지 못하고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어렵게 걸

음을 옮겼다.

신황은 팽만유의 그런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다 곧 무이를 바라보며 물었

다.

“괜찮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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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백부님. 전 괜찮아요. 백부님이 옆에 계신걸요.”

대답을 하는 무이의 얼굴은 의외로 담담했다.

팽만유의 모습에 약간 놀라긴 했지만 겁을 먹지는 않았다. 왜나면 자신의

등 뒤에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백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신황의 앞에

서면 세상의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무이였다.

신황은 그런 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무이가 혀를 내밀며

귀엽게 웃었다.

그때 팽만운이 신황의 앞으로 다가왔다.

“반갑소이다. 신대협! 내 미처 몰라 뵈었구려. 난 이곳 팽가의 백영각을 책

임지고 있는 팽만운이라 합니다.”

그의 태도는 정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역시 신황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떠들썩한 소문의 주인공이

이렇게 평범한 모습인지는 미처 짐작치 못했다. 만약 조금 전에 신황이 나

서지 않았으면 그는 시간이 흘렀어도 신황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을 것

이다. 그만큼 신황은 스스로 나서기 전에는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가 나서자 느껴지는 폭발적인 중압감은 과연 명왕이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신황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나의 조카인 무이입니다.”

신황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해 인사를 했다. 동시에 다시 한 번 무이를 소

개시켰다. 그러자 조금 전에 팽만익이 소개를 했을 때하고는 전혀 다른 무

게로 팽만운에게 의미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