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빛경마 만 그래도 습관대로 산에 올라가서 찬바람을 쐬고 싶어 나온 박영감이었
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같이 따라가도 될까요? 아직 지리에 대해 모
르다보니 영감님의 안내를 받고 싶습니다.”
“좋도록 하게나. 나도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게 심심치 않고 좋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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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말이네.”
“고맙습니다.”
순순히 박영감은 신황의 말에 동의를 했고, 신황은 미소를 지으며 박영감
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나란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천산은 평균 높이가 일천이백 장
(3600m)이다. 수많은 봉우리들이 어깨를 마주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그들이 오른 곳은 그런 봉우리들이 보이는 조그
만 언덕이었다. 박영감은 산봉우리들을 돌아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곳은 월영봉(月影峯)이라고 하네. 높이만 천사백 장에다 산 정상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지. 그러나 산세가 너무나 험하고 거칠어 아직까지 올라
가본 사람이 거의 없다네. 예전에는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고 하
지만 지금은 산사태로 없어져 버렸거든.”
박영감이 말하는 월영봉은 몇 백년간 그 누구도 올라가보지 못했다는 곳
이었다. 때문에 마을에 사는 사람들 역시 조상들한테 들은 말로만 월영봉
에 호수가 있다는 것을 알뿐, 어떻게 생겼고,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
혀 알 수 없었다. 전하는 말로는 호수에 비치는 달그림자가 너무나 아름
답고 수시로 변해 변화가 무쌍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전설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 아직까지 그것을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어서 박영감은 월영봉 뒤로 보이는 거대한 봉우리를 보면서 설명했다.
그것은 유독 높고 우뚝
솟아서 다른 봉우리들을 밑으로 내려 보는 엄청난 높이의 봉우리였다.
“저것은 성리봉(勝利峰)이라 이름 붙은 봉우리로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이곳 천산에서 가장 높
은 봉우리라네. 높이만 해도 약 이천오백 장(7439m)에 달해 다른 봉우리
들의 두 배나 된다네. 당연히 아직까지 저곳을 올라가봤다는 사람은 아직
내 들어보지도 못했다네.”
그는 경외의 염을 담아 성리봉을 올려보았다. 그에게 있어 성리봉은 그야
말로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다.
반면 신황은 그와는 반대의 감정으로 성리봉을 올려보았다.
인간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성리봉, 그것은 그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승부욕을 자극했다. 그의 주먹에는 자신도 모르게 불끈 힘이 들어갔다.
‘아직은 힘들다.’
신황은 아쉬운 눈으로 성리봉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오기만을 가지고 오
를 정도로 성리봉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대신 그는 성리봉 앞에 있는
월영봉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은 천산의 모든 눈을 녹일 만큼 뜨거운 기운을 담고 있었다. 그런
신황의 눈을 우연히 본 박영감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월영봉이 몸살을 앓겠구먼.’
그는 신황의 눈에서 무언의 의지를 읽은 것이다. 비록 산골 속에 사는 촌
로에 불과했지만 그에게는 세월이 가져다준 연륜의 지혜가 있었고, 그것
으로 신황의 기질을 읽은 것이다. 싸늘하게 보이는 청년의 얼굴 뒤에 숨
은 불같은 열정을 말이다.
명왕전기(冥王傳記) [4 회]
천산의 이방인
신황은 달빛이 비추는 한밤에 집 밖으로 나와 근처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차가운 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심법을 수련했다.
본래 그의 집안에 내려오는 심법은 극양의 기운을 담고 있다. 부드러움과
는 거리가 먼 패도적인 심법, 때문에 익히는 자의 신체가 기본적으로 받
쳐주지 않으면 익힐 수조차 없는 것이다.
신황은 그런 가전의 심법을 머릿속으로는 거의 이해를 한 상태였다. 그러
나 열다섯 이후로 익히는 것을 그만뒀다. 대신 그의 할아버지가 만든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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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익혔다. 그것은 미완성의 심법이었다. 때문에 그는 그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천하를 떠돌면서 자신에 맞는 심법을 찾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처음 보는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심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문파건 비전의 심법은 있기 마련이고 그것은 모든 절기의
근간이 되는 것이었다. 또한 심법은 하루아침에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것으로 수대를 거쳐 보완하고 다듬어지기 때문에 결코 외인에게 함부로
전수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들의 심법을 철저하게 숨기고 직계
혈족이나 직전제자에게만 은밀히 전수했다. 그런데 근본도 모르는 떠돌이
가 심법을 전수해달라고 하니 콧방귀도 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신황은 이름 있는 곳의 심법을 배우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중원
에 굴러다니는 삼류 심법을 모았다. 비록 삼류취급도 받지 못하는 쓸모없
는 심법이었지만 그는 그것에서 쓸 만한 부분을 찾아내 자신의 가문심법
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우 더디면서도 위험한 작업이었다. 아무
리 신황이 천재라고 하지만 그의 가문의 심법이 수대에 걸쳐 만들어진 것
이었고, 때문에 함부로 다른 심법을 접목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그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