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정 받았던 처지였다. 이제는 오직 무공 실력만으로 인정받는

강호 문파에 들어와 더 이상 출신 때문에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했다. 그러나 왕삼의 이런 태도

에 송청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모욕감에 치를 떨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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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청과의 일이 있은 뒤에도 왕삼은 줄곧 전심전력으로

수련에 몰두했다. 그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세 가지 기초 무학과 소요7절의 결합이었

다. 두 갈래의 서로 다른 열 가지 무공들은 배우면 배울수

록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발견되었다.

그는 장법, 신법, 금나수법, 지법, 검법 등 여러 가지

무학들이 필연적으로 갖고 있는 단점들을 세밀히 파악하고,

이것들끼리 상호보완할 수 있는 묘리를 터득해 나갔다.

왕삼은 특히 신법과 장법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것은

그의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었지만, 더 깊은 이유는 신

법과 장법이 건곤무극대법의 수련과 깊이 관련되기 때문이

었다. 건곤무극대법이 3단계를 넘어서면서 사용할 수 있는

무학이 두 가지 있다.

그것들은 무극대법의 수련 동작에 포함된 초식들로, 반

드시 무극진기로만 실행할 수 있었다. 즉 건곤무극대법은

이 두 무학을 가능하게 하는 직접적인 바탕인 셈이니, 무

극대법의 세 단계의 숙달과 운용의 묘리가 터득되고 4단계

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두 무학의 강약은 무극대법의 숙련도와 밀접한 관

련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장법과 하나의 신법이었다.

타 문파에서 활동한다고는 하지만 부산경마결과 ▶T119.ME◀ 어디까지나 그 자신은

무극문의 직전 제자였다. 따라서 본문의 내공에 바탕을 둔

무학이 가장 파괴적일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는 소요7절을 연마하면서도 회선장과 유운신

보에 가장 주목하였다. 장법과 신법의 일반적인 특징과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무극대법의 4단계에 도달했을 때 펼

칠 수 있게 될 자신만의 무학을 예비하려는 것이기도 했

다.

왕삼이 소요문에 입문하여 피나는 수련을 쌓은 지도 8개

월로 접어들었다. 어느새 이 소요곡에도 스산한 가을이 찾

아 들었다.

어느 날 그는 수련으로 힘든 몸을 이끌고 저녁 늦게 소

요서각에 돌아왔다. 돌아와서도 그는 제일 먼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책들을 정리했다. 비록 이미 무사의 길로 들어

선 처지였지만 책을 늘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는 아직도 큰 즐거움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책들을 제자리에 꽂고 서각 문을 나섰을 때는 이미 풍만

한 보름달이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는 처마 끝을 스

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산중의 쌀쌀한 바람은 금세 다가올 겨울을 예감하게 했

다. 그는 문득 손을 들어 소요문에 들어온 햇수를 가늠했

다. 부산경마결과 ▶T119.ME◀ 한 달만 지나면 꼬박 3년이 부산경마결과 ▶T119.ME◀ 채워진다.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런데 난 아직도…….'

그에게 3년이란 시한은 그리 짧은 세월도 아니었다. 가

슴이 뛸 만큼 이성의 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이정, 그녀와

다시 만나 그리운 모국어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날을 부산경마결과 ▶T119.ME◀ 기

다리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인연으로 결의형제가 된 철산도 떠

올랐다. 지나치게 직선적인 성격이 흠이긴 했지만 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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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자란 그에게는 철없는 친동생이나 다름없었다. 믿음직

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항상 걱정이 되는 철산이었

다.

탁탑철마를 패퇴시킨 철산의 소식은 왕삼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 후에도 정사를 불문하고 자기 성미와 어

긋나는 고수라면 좌충우돌 혈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간간이 전해졌다.

강호에서는 철산을 두고 삼살은 가고 마곤만 있다, 라고

평하였다. 과거의 삼살보다도 철산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

는 것이다.

찾는다는 원수는 제쳐두고 사고나 치고 다니는 것은 아

닌지 왕삼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행적이 훤히

알려진 철산과는 달리 이정의 소식은 도대체 알 길이 없

었다. 그는 이정과 헤어지기 전, 그녀 일행이 결코 평범한

유람객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들이 중요한 임무를 띠고 조선에서 파견된

사람들임을 넌지시 암시했지만 그 임무가 무엇인지, 앞으

로 어떻게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

지 않았다. 따라서 약속한 3년을 채우고 그녀가 소요문을

방문해 주지 않는다면 그녀의 생사조차 영영 알 도리가 없

을지도 몰랐다.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사람의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녀와 만난 인

연도 천우신조였으니, 다시 만날 기약도 하늘에 맡길 수밖

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서성이던 왕삼은 가만히 하늘을 올

려다보았다. 거기에는 커다란 만월이 웃고 있었는데 놀랍

게도 이정의 단아한 모습이 겹쳐지고 있었다. 거기에 소슬

하게 불어오는 숲의 바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