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는 2008년부터 축산물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소고기, 돼지고기 언제 도축됐고, 몇 등급인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요.
'택갈이'이라고 불리는 태그 조작, 공공연한 비밀로 불릴만큼 만연합니다.
현장카메라, 곽민경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단속반이 경기도의 한 정육 식당에 들이닥칩니다.
[현장음]
"(혹시 냉장고에 고기 보관돼 있는 거 있을까요?) 지금 없죠. 소고기. (없어요?)"
냉장고를 열자 한우 꾸러미가 쌓여 있습니다.
가격표는 붙어있는데 이력번호가 적혀있어야 할 노란색 칸이 비어있습니다.
[임상균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수도권농식품조사팀 기동팀장]
"어디에서 출생을 하고 어디에서 도축이 되고 몇 등급짜리인지 이력 번호에 정보가 다 담기거든요."
고기를 포장한 흔적이 없는데도 단속 당일이 포장 날짜로 적혀있어 추궁하자 횡설수설합니다.
[현장음]
"(포장 날짜도 26일 오늘로 돼 있는 건데 오늘 아직 지금 작업이 안 돼 있잖아요 지금.) 오늘 26일이에요? 그거 어떻게 저렇게 나왔어? (그러니까요.)"
다른 창고로 가봤습니다.
단속 현장에 나와있는데요.
등급이 적힌 태그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축산물 이력제가 도입되면서 이력번호를 통해 어떤 공장에서 나온 고기인지, 등급은 뭔지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지만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이력번호를 조작해 붙이는 이른바, '택갈이' 업체들도 있습니다.
판매 중인 '등심' 부위 이력번호를 수상히 여겨 따져묻자 그제서야 택갈이를 실토합니다.
[현장음]
"날짜가 10일이나 20일 지나잖아요. 그러면 그 다음에 앞다리살 같은 거 들어오면 그냥 그 코드 찍어서. (오래된 소인데 최근 개체번호 찍어서 나간 거예요?) 네."
한우는 포장이나 판매 단계에서 이력정보가 담긴 태그를 붙이는데 마음만 먹으면 조작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한우의 부위와 등급을 선택하면 원하는 개수만큼 태그를 뽑을 수 있습니다.
3등급 한우에 투플러스 태그를 붙여 팔거나 3등급과 투플러스 한우를 섞은 뒤 태그는 투플러스로 붙이는 방식입니다.
[축산업계 관계자 / 최근 축산물 이력제 위반]
"(3등급을) 1등급으로 간다 그런 것도 할 수 있죠. 그냥 거기다(3등급 고기에) 섞어버리는 거죠. 우리는 이득이죠. 차익이 생기잖아요."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 됐습니다.
[축산업계 관계자 / 최근 축산물 이력제 위반]
"(다른 사장한테) 이거 어떻게 하냐 (물어보니) 그냥 (고기 다) 묶어서 나가라 그것만 듣고 작업한 거예요. 오더 준 업체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에 그거대로 했다가 낭패만 본 거죠."
이력번호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과태료 70만 원이 부과되지만 안 걸리면 더 이득이라는 인식 속에 양심적인 업체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곽민경입니다.
PD: 윤순용
AD: 최승령
작가: 신채원
곽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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