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인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이란 기념비적인 사건인데요.
한강 작가가 노벨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뭔지, 아는 기자와 알아봅니다.
문화스포츠부 이현용 차장,
Q1. 노벨 위원회의 선정 이유부터 짚어볼까요?
스웨덴 한림원 설명인데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전에도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이런 평을 받아왔습니다.
'섬세한 감수성' '치밀한 문장' '역사적 아픔 위로', 이번 노벨상 선정 이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Q2. 실제 작품을 들여다보면 어떤 독특한 문장이 있던가요?
네, 예를 들어볼까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이야기, '소년이 온다' 속 문장인데요.
"우리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는 비유로, 남겨진 자들의 절망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지만, 인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채식주의자' 역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로 시작해, 간결한 문체로 쉽게 읽히게 주제를 전하고 있습니다.
Q3. 이렇게 좋은 문장, 좋은 소설이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심사단에게 읽혀야 하는 거 잖아요?
잠시 준비한 그래픽 보시면요.
스웨덴 한림원의 후보 선정 일정인데요.
본격 심사 전 공인된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는데 그러려면 세계인들에게 두루 읽혀야 하는 겁니다.
Q4. 번역이 중요하겠군요?
한글의 미묘한 미적 감수성을 잘 전하기 위해선 그만큼 번역이 잘 되어야 합니다.
스웨덴에서도 4권의 책이 발간된 것을 포함해 한강의 소설은 28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76종으로 출간됐습니다.
함께 작업한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소주를 '코리안 보드카'가 아닌 소주 그대로, 형, 언니도 그대로 써 한국어의 맛을 살렸다는 평입니다.
이런 번역이 가능해진 건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한류를 타고 세계화된 영향도 있습니다.
이는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노벨상 수상 후보로도 주목받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Q5. 그래도 한강 작가 수상, 전 세계가 놀랐는데요?
예상 못 한 깜짝 발표였던 건 맞습니다.
노벨 문학상은 워낙 비밀리에 선정되는 탓에 후보조차 사전에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베팅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올해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이 배당률 4.5배로 가장 높았고요.
중국 작가 찬쉐가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한국에선 고은 시인이 상위권에 랭크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작가는 없었습니다.
한국에선 고은 시인이 유력했던 만큼 한동안 이 시기가 되면 고은 시인 자택에 취재진이 대기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했는데요.
언젠가 한 작가도 노벨상을 탈 거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인 50대였던 만큼 그 바람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겁니다.
지금까지 아는기자였습니다.
이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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