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빠른 법의학적 증거 수집이 필수이지만 최근 전공의 진료 이탈 장기화로 곳곳에서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유서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경찰청에서 일선 경찰서에 뿌린 공문입니다.
의료계 파업으로 인한 진료 축소로 해바라기센터 증거 채취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적혀있습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경찰과 병원, 정부가 협력해 만들었는데,
무엇보다 빠른 '증거 채취'가 핵심 역할로 꼽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출률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폭력 피해 흔적이 입안에도 남았다면 음식도 먹지 않고 도움받는 게 좋다고 권고할 정돕니다.
병원 안에 센터를 마련하고 24시간 대응 체계를 갖춘 이유입니다.
그런데 YTN이 확보한 공문을 보면, 서울에 있는 센터 4곳 가운데 3곳이 의료계 파업으로 증거 채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센터 2곳은 아예 검사가 불가하고, 1곳은 오전에만 가능하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성폭력 증거를 채취할 때 일부 민감한 신체 부위는 반드시 의사의 처치가 필요한데,
전공의 사직으로 산부인과 등 의료진이 부족해지면서 차질이 생긴 겁니다.
지연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해 경찰과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인계할 수 있게 병원 3곳을 선정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지정된 은평 인정병원에는 찾아오는 성폭력 피해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한 달에 1건 올까 말까 하던 증거 채취 문의가 최근 2주 사이에만 4건으로 뛰었습니다.
[김병인 / 은평 인정병원장 : 지금은 그 (성폭력 피해 증거 채취) 키트가 모자랄 정도로…. 저는 이제 개인적으로 어느 지역이나 뭐 그런 거를 제한해서 환자를 보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다만, 당직의가 수술 등에 투입되는 등 신속한 대응에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의료 공백 속에 성폭력 피해자는 몸에 남겨진 증거가 사라질까 조바심내며 또 다른 병원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심원보
그래픽 : 유영준
YTN 유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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