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제주에선 겨울 방어잡이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애써 낚은 방어를 채가는 도둑이 있습니다.
바로 상어인데요,
현장카메라 김승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 최대 방어 집산지로 유명한 제주 모슬포항입니다.
최근 방어잡이 배 주변에 상어가 자주 출현하고 있다는데요.
직접 어선를 타고 바다로 나가보겠습니다.
[현장음]
"자, 출발합니다!"
동 틀 무렵, 6톤 짜리 방어잡이 배가 만선의 꿈을 안고 나아갑니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6km, 가파도 부근에 닻을 내리고
낚시대를 드리운지 1시간, 드디어 대방어가 올라옵니다.
[현장음]
"우와!"
30분 뒤 낚싯대가 강하게 휘어집니다.
심상찮은 휨새, 무게감이 전해지는 입질.
파도 사이로 상어 지느러미가 불쑥 올라옵니다.
[현장음]
"야야야, 상어를…. 난리 났다 이거. 이거 안 되는데. 낚싯대 부러지는데? 뱃머리 좀 돌려봐."
커다란 상어 형상이 물 밖에서도 고스란히 보일 정도입니다.
길이 2미터, 무게 120kg이 넘는 무태상어입니다.
[최 윤 /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
"주요 먹이는 방어나 경골어류. (무태상어가) 아직까지 사람을 공격한 기록은 없는데 비슷한 종들이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20여 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던 상어는 낚싯줄을 끊고 사라졌습니다.
방금 전 상어가 물었던 낚싯대인데요. 상어 힘이 너무 세서 줄은 끊어져버렸고요. 전동릴 일부 부품이 훼손됐습니다.
[조춘래 / 낚시객]
"무조건 장비가 손해가 가요. 상어가 물면. (한 번에) 장비하고 메탈지그(미끼), 바늘 합해서 44만 원 정도 손해 보고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휘어지는 다른 낚싯대.
이번에도 상어입니다.
[현장음]
"어우, 상어 왔다 갔어 밑에. (상어야?) 상어 큰놈 왔다 갔어."
그렇게 5시간 동안 4마리의 상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동림 / 선장]
"10번 나가면 한 7~8번. 이렇게 해서 올라오다가 상어가 팍 하면 (몸통) 이만큼을 딱 끊어버려요."
상어는 낚싯대를 망가뜨리거나 잡은 방어를 물속에서 낚아채 버리기 일쑵니다.
[이일수 / 어민]
"(상어가) 크지, 한 100~200kg 정도 됐어. 우리가 제일 방어 잡는 데 걸림돌이 상어야. 방어는 낚지도 못하고."
[박학춘 / 어민]
"방어가 10마리 오면 상어도 10마리 와서 물고. 작은 방어는 안 먹어요. 다 큰 방어들만 (먹어요)."
올겨울엔 유난히 더 자주 목격됐습니다.
[조동이 / 어민]
"(올겨울에만) 열 번을 봤어, 열 번. 그전에는 상어가 왔다가 빨리 돌아가고 없어지는데 올해는 유별나게 양도 많고."
온난화로 제주 바다 수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일본 남부, 필리핀 등에 있던 어종이 북상했는데, 먹이를 쫓아 아열대성 상어들도 함께 올라온 겁니다.
[김병엽 /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이렇게 (상어가) 막 출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거든요.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수심까지 올 수 있다는 거죠."
제주 앞바다를 점령해 가는 상어떼, 이를 마주한 어부들은 생존 전쟁이 한창입니다.
현장카메라 김승희입니다.
PD: 윤순용
영상취재: 김명철
작가: 전다정
김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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