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까지 성범죄 재판에서 물증이 뚜렷하지 않아도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면 유죄로 판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대법원이 최근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성범죄 관련 재판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김지윤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8년, 대법원은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판결을 내놨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허위로 불리한 진술을 할만한 동기가 없다면 믿을 수 없다고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대법원은 별도의 성추행 사건을 판결하면서, 당시 판결을 직접 반박했습니다.
피해자의 진술을 제한없이 증거로 인정하거나, 그 진술에 따라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겁니다.
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의 진술만 있을 때, 가해자가 반박을 못한다고 해서 유죄 판결을 하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향후 성범죄 재판에 줄줄이 영향을 미칠 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철/변호사]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조건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었어요.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오질 않는 거죠."
한 현직 부장판사는 "여성 대법관 퇴임 후 걱정하던 부분이 현실화됐다"며 이번 판결로 피해자 진술을 부당하게 의심하는 경향이 생길 것을 우려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과 무죄추정의 원칙 모두 감안해야 할 부분이라며, 어느쪽에 무게 추가 기울어져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지윤입니다.
영상편집:최동훈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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